한국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반도체 시장 호황이 1년여 더 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 상반기 호황국면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으니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8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가 발간한 '세계 반도체시장의 호황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반도체 시장이 D램 주도 호황 국면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점진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 AI(인공지능) 산업 관련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면 호황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시장은 4122억 달러 규모로 1년 새 22% 성장했다. 메모리반도체인 D램(4GB)과 낸드플래시(128GB) 평균 가격이 37.3% 상승했고 매출은 64.3% 증가했다.
세계 반도체시장의 30.1%는 메모리 반도체이고, 이 중 D램이 58.7%를 차지한다.
반도체 호황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빅데이터 등 성장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했는데, 고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D램은 부족한 상황이다. 주요업체 공정 업그레이드로 생산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3개사 과점 구조도 요인으로 지적됐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반도체시장 호황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반도체 생산능력 향상, 주요업체 공급 확대 등이 요인이다.
2019년 이후 선진국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면 경기변동에 따라가는 D램 수요도 증가세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D램 수요는 상당 부분 재고확보용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한은은 국내 업체들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투자확대와 핵심설계 기술개발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과 설비투자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의 호황이 마무리되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최소화되도록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수출의 17.0%, 설비투자(2016년 2분기∼2017년 2분기)의 20.2%를 차지했다. 올해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15조6000억원) 중 4분의 3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한은은 "국내 업체들이 호황기 수익을 바탕으로 경기변동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