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통합 자체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법률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는 기금 통합 자체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정도로 기금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국회는 정진기금과 방발기금 핵심재원인 주파수 할당대가를 통신 복지향상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할애해야 한다며 기금 운용 재검토를 역설하고 있다.
◇기금 개혁 이유는
정진기금과 방발기금 탄생부터 장기 계획과 효율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파수할당대가를 정진기금과 방발기금에 55대 45로 분배하는 현행 기금 체계는 2008년 정부조직체계 개편 당시 마련됐다.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기능을 옛 지식경제부로 이관하며 정진기금도 지경부에 배속됐다. 주파수 관리권과 ICT진흥기능 일부를 지닌 방통위가 주파수할당대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자 타협책으로 기금을 나눈 것이다.
이후 옛 미래창조과학부와 과기정통부 등 ICT 진흥기능과 조직이 일원화된 이후에도 유사 기금 2개를 운영하는 상황이 됐다.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VR·AR) 등 융합산업이 등장할 때 정진·방발기금이 단일한 지원체계 없이 따로 지원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주파수할당대가가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지속됐다.
주파수할당대가는 2017년 정진기금에 4460억원, 방발기금에 3649억이 분배됐다.
그러나 2017년 기준 소외계층 통신 접근권 보장 등 통신복지에 사용된 금액은 15억원에 불과했다. 통신과 무관한 방송 콘텐츠 진흥 사업에 327억원, 미디어 다양성 사업에 660억원이 사용된 것과 대조적이다.
◇개혁 방향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우선 정진기금과 방발기금 통합 자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통합 이후 기존 유사·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항목별로 개별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회는 통합은 물론 기금 운용 방향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파수할당대가를 재원으로 하는 만큼 통신 서비스 복지와 연구개발에 활용되는 비율을 늘리자는 것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발기금의 50% 이상을 이동통신요금 할인에 지원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안)을 발의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기초연금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이동통신 요금 또는 무료와이파이 지원 등 통신복지 분야에 방발기금 활용을 의무화하는 법률(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됐다.
정부가 보편요금제와 선택약정할인 등으로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통사가 '준조세' 성격으로 낸 기금 재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이 같은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통신비 인하에 실질적 도움이 기대된다.
김경진 의원은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이용자의 피해구제 및 권익증진 등 사업에 사용하게 돼 있지만 정부는 이 기금을 가계통신비 부분에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통신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신복지를 위한 방발기금 투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국회 정보통신기술(ICT) 기금 관련 주요 개선 방안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