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전기차 배터리 '양산 경쟁' 시대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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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준 TOP21 대표이사

자동차용 배터리 산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배터리 개발 경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2018년부터 양산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톱4' 윤곽이 나왔고, 이를 위협하는 도전자의 추격도 거세다. 앞으로 전기자동차 대중화 시대에 글로벌 톱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소재 인프라 확보와 원가 구조 혁신이 필수다.

폭스바겐은 최근 전기차 프로젝트 배터리 공급 업체로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업체 CATL, 유럽 시장용으로는 한국 LG화학과 삼성SDI를 각각 선정했다. 미국 시장은 아직 업체를 정하지 않았지만 폭스바겐이 파나소닉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을 고려할 때 파나소닉을 선정할 가능성이 짙다.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 '톱4'의 윤곽이 나온 셈이다. 이들 업체 간 경쟁으로 전기차 시장이 본격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025~2030년에는 '톱2' 업체가 결정돼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형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북미와 유럽 아닌 아시아 3국의 시장 주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다양한 기술 방식도 격돌하고 있다. 파나소닉과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와인딩으로 만든 젤리롤을 금속 캔에 넣고 레이저 용접으로 밀봉하는 방식이다. 와인딩 방식은 생산 속도가 빠르지만 불량이 속출할 수 있는 고난도 기술이다. LG화학은 파우치 배터리 전문 업체다. LG화학은 10~15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 전기차에 맞춰 진공 실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술해지면서 수명이 줄어드는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의 문제를 개선, 견고성이 우수한 강화형 파우치 배터리를 개발했다. CATL은 파우치 배터리의 젤리롤을 금속 캔에 넣고 레이저로 용접한 각형 배터리를 개발했다. 각형과 파우치 배터리의 특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각형 배터리다. 세 종류의 배터리가 경쟁, 성능과 가격에서 우위를 보이는 배터리 표준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파나소닉, LG화학, 삼성SDI, CATL 외에도 톱4 자리를 노리는 업체가 있다. 한국 SK이노베이션, 일본 GS유아사, 중국 비야디(BYD)가 대표 업체다. 현재 이들 업체가 톱4가 되지 못한 것은 아직 조금씩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 배터리의 차별성이 크지 않고, 원가 구조와 양산 경험도 적다. GS유아사는 소형 배터리 사업 경험이 없고, BYD는 품질관리 능력이 약하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새로운 전략으로 무장한 후 도전한다면 2025년까지 톱4 업체를 추월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

배터리 양산 경쟁의 본격화는 소재 업체 입장에서 경쟁 구도 변화를 의미한다. 소형 배터리 시장은 규모가 작아서 대형 소재 업체가 진출하지 않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는 일본, 미국, 유럽의 대형 소재 업체가 진출을 노리고 있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리튬, 코발트 등 원재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소재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소재 산업 인프라가 약한 국내 업체가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배터리 업체 중심으로 산〃학〃연 공동 연구를 통해 소재 업체를 육성해야 한다. 1997년에 설립된 한국전지연구조합이 배터리 소재 국산화에 크게 기여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발 경쟁의 평가 기준은 시장 선점이다. 반면에 배터리 양산 경쟁은 원가 구조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경쟁 우위를 보인 업체가 양산 경쟁에서도 계속 우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경쟁 구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매우 짙다는 이야기다.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가 구조 혁신이 중요해졌다.

선우준 TOP21 대표이사 jsonu10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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