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신한카드의 두얼굴...정부 무서명거래 '파기'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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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가 한국신용카드밴협회에 보낸 공문. 신한카드의 데이터캡처 업무 중단과 관련 카드사에 철회요청은 물론 매입업무 해지 등에 함께 대응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가 서민 금융 일환으로 추진 중인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 사업이 신한카드의 일방적 수수료 파기로 실기할 위기에 놓였다.

이른바 데이터캡쳐 업무 위탁 수수료 문제를 놓고 신한카드와 밴(VAN), 밴대리점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밴업계는 신한카드와의 가맹점 해지 카드를 검토 중이고, 밴대리점은 상위 밴사 대상으로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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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지난해 하반기 밴사에 위탁해 온 신용카드 전표 매입 업무를 정보화 특화사업 전문기업 케이알시스에 넘겼다.

밴 수수료를 주지 않겠다는 신한카드의 방침에 당시 밴사 등이 반발했다. 이에 신한카드는 일부 시범 사업 형태로만 사업을 추진하고, 비용은 보존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신한카드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일방적인 데이터캡처 비용 지급 중단을 통보했다.

이번 사태는 복잡한 수수료 체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밴사는 카드사의 승인중계와 전표매입 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전표 매입 업무 중에는 데이터캡처 대행이 포함된다. 카드결제 승인이 정상거래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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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가 신한카드에 데이터캡처 업무 중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밴사의 데이터캡처 대행 수수료는 건당 18~20원이다. 신한카드는 이 금액 대신 관리 업무를 포함한 대행료 3원만 주겠다는 입장이다.

밴 대행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데이터캡처 업무만 떼어내 비용 지불을 못하겠다고 통보한 셈이다.

이번 신한카드의 데이터캡처 업무 수수료 파기는 정부가 추진 중인 '무서명거래 활성화를 위한 계약'에도 악재다.

금융당국이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도입 사업을 펼치자, 신용카드사와 밴사, 밴대리점은 일종의 수수료 협약을 맺었다. 무서명거래가 확산되면 전표 수거 등 유지관리가 크게 줄기 때문에 밴대리점 대행료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에 카드사와 밴사가 무서명거래로 발생하는 밴대리점 피해금을 보존키로 했다. 신한카드가 이 협약을 주도했다.

밴대리점 전표매입 수수료 1건에 발생하는 수수료는 약 36원. 이 가운데 카드사와 밴사가 각각 18원과 12원을 보전하고, 밴대리점이 손실 6원을 감내하는 합의였다.

그런데 수수료 조정을 이끌었던 신한카드가 오히려 데이터캡처 수수료 중단을 통보하면서, 그 금액만큼 밴사가 밴대리점에게 줘야할 금액을 떠안은 꼴이 됐다.

밴 협회 관계자는 “카드사가 약속한 협약을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며 “밴사는 카드사 보전금액까지 밴대리점에 줘야하는 상황이고, 이는 무서명 거래가 발생할수록 밴사가 엄청난 금액을 떠안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밴업계는 1월부터 신한카드에 데이터캡처 비용을 한푼도 받지 못해, 밴대리점에게 신한카드분의 보존 수수료까지 더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형 밴사 중심으로 신한카드 신규가맹점 해지 등을 검토 중이다.

밴대리점 협회격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도 신한카드의 일방 조치로 밴대리점이 도산위기에 몰렸다며 밴사에게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밴사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수수료 지불 주체인 밴사를 대상으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 측은 “데이터캡처 수수료 중단은 예전부터 통보한 상황이고, 무서명거래 협약(MOU)과 연결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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