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비와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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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승리가 우선이다.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처럼 아름다운 패배는 없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처럼 '통 큰 양보'를 할 수도 있다. 결과는 냉혹하다. 배려와 양보라는 민족의 미덕은 정치와 선거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는 “양보는 포장된 패배다. 정치에서 양보는 미덕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일화가 언급됐다.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공동대표 입에서 나왔다.

단일화는 후보 간의 약속이고 양보다. 지지율이 부족한 후보 또는 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대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유 대표는 단일화 대상으로 서울시장과 제주지사를 집었다. 야권 선거 연대를 얘기했다. 마음이 조금 열려 있다면서 사실상 자유한국당과의 단일화에 운을 띄웠다. 이에 앞서 “단일화는 없다”던 그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단서는 달았지만 당장 난리가 났다. 서울시장 후보를 준비하고 있는 안철수 위원장은 물론 박주선 공동대표, 하태경 의원 등 대다수 당원들이 반발했다.

하 의원은 당혹스럽다고 했다. 유 대표 개인 의견이지 지도부에서 조율된 게 아니며, 당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여서 당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유 대표의 단일화 발언을 두고 “정치인이 정치가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현실 정치에 타협하며, 그저 그런 평범한 인물이 되는 순간”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했다. 유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오겠다고 말한 부분을 비꼰 것이다.

“선비가 사흘을 굶으면 담을 넘고, 정치인은 선거에 질 것 같으면 당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 선거 연대나 후보 단일화가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대의와 명분이 없는 행동은 추진 동력을 잃기 마련이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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