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더 이상 한국가전제품을 사지 않는다...대중국 전자제품 수출 2년 새 반토막

지난 2년 사이 우리나라 대중국 전자제품 수출 실적이 반 토막 났다. 수직 낙하 수준이다. 대중국 수출량은 폭락한 반면에 수입 물량은 지속 증가, 무역수지 적자가 늘고 있다.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자제품(TV·가전·휴대폰 등 완제품 기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제외) 대중국 수출 규모는 19억600만달러어치를 수출한 2014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둔화했다. 2015년 16억400만달러(-15%), 2016년 10억8100만달러(-32%), 2017년 7억5700만달러(-30%)로 줄었다. 올해 1월 수출액은 5400만달러로 6300만달러를 수출한 전년 동기 대비 14% 더 하락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자제품 규모는 늘었다. 2014년 43억4700만달러, 2015년 56억7500만달러, 2016년 54억3200만달러, 2017년 70억820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올해 1월 수입만 7억200만달러였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등 중국 내 현지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경쟁력 격차가 준 것이 직접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 국산화에 정부 차원에서 전폭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정부 지원과 큰 내수시장을 앞세워 빠르게 몸집을 키워 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도 악영향을 미쳤다.

2010년대 초반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한 A사는 진출 수 년 만에 대중국 수출 실적이 30%가량 하락했다. 사드 여파와 현지 기업과의 경쟁 격화가 주원인이다.

중견급 가전기업 B사 관계자는 “올해에도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수출 국가를 중국에서 동남아로 바꾸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가전 경쟁력 하락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가전과 스마트폰 기술이 범용화되면서 중국 현지 브랜드 추격을 허용하는 원인이 됐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제도혁신연구단장은 “사드 문제는 단기간에 고강도 충격을 줬지만 본질은 제품 경쟁력에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국 브랜드가 추격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중국 수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가전제품 전체 수출량도 연간 10% 이상 감소했다. 해외 생산 증가와 급속한 현지화도 가전 수출 둔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물량을 생산해서 수출하면 해당 수출 물량은 우리나라가 아닌 현지 수출량으로 집계된다.

Photo Image
[사진=게티이미지]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세계에서 가전 경쟁이 심화돼 중국 외 신흥 시장에서도 한국 브랜드와 중국 브랜드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면서 “국내 주요 전자 제조사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한 것도 무역 지표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가격 경쟁보다 새로운 카테고리 혁신 제품, 프리미엄 전략을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 기업이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프리미엄 가전에서 한발 이상 앞서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애플처럼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뒤 가격을 낮춘 제품으로 다수의 후기 소비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표】전자제품(무선전화기 포함) 대중국 수출 규모(단위 : 백만달러)(자료 : 한국무역협회) ※MTI 품목에서 무선전화기(8121)·가정용전자제품(82)을 합산한 값>

【표】전자제품(무선전화기 포함) 대중국 수출 규모(단위 : 백만달러)(자료 : 한국무역협회) ※MTI 품목에서 무선전화기(8121)·가정용전자제품(82)을 합산한 값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