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투싼'과 '싼타페' '쏘렌토'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품군으로 전동화 파워트레인 탑재를 확대한다. 세계 각국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따라 2020년까지 모든 SUV 제품군에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세단 제품군에 집중했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SUV 제품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친환경차 로드맵에 추가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순수 전기차(BEV)와 달리 충전에 대한 부담이 적고, 연료비나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유리해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불린다.
현재 현대·기아차 SUV 제품군 가운데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모델은 기아차 '니로'가 유일하다. 니로 하이브리드는 저렴한 연료비와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2만3000대 이상 판매되며 하이브리드 SUV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가장 먼저 선보일 하이브리드 SUV는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신형 '투싼(완전변경)'과 신형 '스포티지(부분변경)' 모델이다. 두 차종은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탑재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 스트롱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달리 별도의 구동모터 없이 시동 발전기만으로 엔진의 힘을 보조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은 높은 출력이 요구되는 주요 전장부품에 기존(12V)보다 4배 높은 48V 전압을 사용한다. 비교적 단순한 부품 추가 최대 20%까지 연비를 높이면서 배출가스는 줄일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투싼과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초 출시한 4세대 신형 싼타페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도 착수했다. 시스템에 대한 세부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최신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전동식 회생제동장치(iMEB) 등을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현대·기아차가 SUV 제품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 성장세와 갈수록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재 현대차 SUV 주력 제품군인 싼타페의 경우 디젤 엔진 판매 비중이 전체 90% 이상에 달한다.
최근 현대·기아차 주력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는 디젤차 도심 진입을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디젤 SUV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해마다 커지는 글로벌 SUV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SU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SUV는 세단보다 무거운 차체로 높은 출력과 연비를 요구해 디젤 엔진 탑재 비중이 높았다”면서 “하지만 디젤차 퇴출 압박이 커지면서 하이브리드 SUV가 기존 디젤 SUV를 대체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