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규제 혁신 법안의 발목을 잡았다. 법안 주도권 다툼 때문이다. 입장차가 뚜렷해 장기간 표류할 수도 있다.
18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금융, 산업, 지역 관련 규제 혁신 5대 법안을 연이어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인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근거 법안이다.
신경민 의원은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지난해 발의한 내용에 개인 정보 보호 관련 조항을 추가했다. 민병두 의원이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익표 의원은 산업융합 촉진법 개정안을 올렸다. 김경수 의원은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개정안을 냈다.
법안은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에 '우선허용·사후규제' 원칙을 도입하고 규제 특례 부여 방향과 추후 규제 정비를 의무화했다. △규제 특례의 개념·유형 △특례 부여 결정 절차 △유효기간·조건 △특례 취소 △손해 배상 △보고·점검 관련 규정을 담았다. 민주당은 4월 국회에서 규제샌드박스 관련 5개 법안 처리를 추진한다.
야권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중심으로 기존 발의 법안으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며 맞섰다.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 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2016년에 각각 발의한 규제프리존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핵심이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규제프리존을 만들어서 지역별 거점 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 골자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금융, 의료, 관광 등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이다.
양측 입장은 크게 다르다. 민주당은 규제프리존과 서비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 안전과 공공성 침해 등을 우려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신서비스 창출 효과는 규제프리존을 대신해 규제샌드박스로 얻을 수 있다”면서 “두 제도를 동시 추진하는 것은 중복”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규제 혁신과 관련해 야권이 먼저 관련 법안을 냈다”면서 “이를 중심으로 논의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맞섰다.
산업계는 여야 정쟁으로 인한 규제 혁신 입법 지연을 우려했다. 규제 혁신이라는 목표가 일치하는 만큼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수가 규제 틀에 막힌다”면서 “규제 혁신이 정쟁으로 흘러 입법이 늦춰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산업계”라며 조속한 입법을 주문했다.
규제프리존, 규제샌드박스 법안 차이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