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배다.”
박재승 비주얼캠프 대표는 단언한다.
비주얼캠프는 시선추적(아이트래킹)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지난 1일 폐막한 스페인 MWC에 참가해 시선추적기술이 담긴 '올인원' 가상현실(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시선추적기술이 탑재된 VR 디바이스는 PC를 어깨에 짊어져야 했다. 시선추적 소프트웨어(SW)를 구동할 수 있는 CPU가 PC 기반밖에 없었다.
박재승 대표는 “자체 개발한 시선추적기술은 알고리즘이 경쟁사보다 5배 빠르고 CPU 점유율이 작아 올인원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며 “삼성 모바일용 엑시노스 AP로 측정한 결과 CPU 점유율이 4% 이하”라고 말했다. 비주얼캠프는 인공지능(AI) 기반 딥러닝 기술도 도입했다. 시선추적기술은 눈동자 움직임을 카메라로 추적해 화면과 매핑을 통해 어디를 보는지 시선점을 찾는 기술이다. 응용 분야는 넓다. 게임, 웹툰, 전자책, 쇼핑몰, 마케팅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VR 콘텐츠에서는 가상화면에 광고를 넣어 몇 초간 몇 번을 봤는지 확인한다. 손 대신 눈으로 스크롤링하며 콘텐츠를 이용한다. 가상 매장을 꾸며놓고 어느 상품을 집중해 보는지 측정한다. AI 기반 데이터마이닝으로 이용자 시선이 꽂힌 상품을 깜짝 할인판매할 수도 있다.
시선추적기술은 페이스북, 구글, 애플이 먼저 주목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전문 스타트업 아이트라이브, 아이플루언스, SMI를 각각 인수했다. 검색과 광고 시장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이동하면서 손 클릭보다 '눈도장'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해서다.
박재승 대표는 “시선추적기술이 아직 넓게 적용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VR 콘텐츠 업체와 제조사에서 관심이 높아진다”며 “국내에서는 교육과 군사용 콘텐츠에 적용해 성과측정 및 사용자 분석을 위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비주얼캠프는 교육부에 VR 교육 효과 분석기술을 제안했고 군 가상교육 콘텐츠 납품 업체와도 기술공급을 협의 중이다. 아우디에서 콘셉트카 시선분석을 의뢰했고 구글과 기술협의를 타진한다.
2014년 11월 창업한 비주얼캠프는 2016년 9월 레드헤링 아시아 혁신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2017년 10월에는 알리바바 항저우 국제 창업대회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기술력을 이미 인정받은 셈이다.
지난 9일 중국 칭화대신기술연구소와 125만달러 솔루션 공급계약을 했다. 박 대표는 “중국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중국 진출을 기반으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비주얼캠프는 카메라 1개를 사용해 시선 추적한다. 2개를 사용하는 경쟁사보다 전력소비가 절반 수준이다. 관련 특허도 15개를 출원했다. 기술기획을 담당하는 공동창업자 석윤찬 대표를 비롯해 직원이 17명이다. 평균 나이 29세로 신구 조화가 어울어진다. 빠른 추진력에 오랜 경험이 받쳐준다.
박재승 대표는 “VR 기기를 넘어 스마트폰에 시선추적기술을 넣는 게 목표”라며 “인텔 인사이드처럼 파워드 바이 비주얼캠프라는 로고가 모든 디바이스에 붙는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