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보호무역 공세가 거세진 가운데 한국 기업이 미 상무부로부터 530억원 규모 반덤핑관세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상무부의 한국산 변압기 반덤핑 명령에 대한 4차 연례재심 최종판정 결과 529억원 추징금 부과를 통보받았다고 13일 공시했다.
옛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사업부가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미국으로 수출한 고압변압기에 대한 것이다. 반덤핑관세율 60.81%로 환산한 금액 중 기납부 예치금을 제외한 추가 예치 추정금액은 5563만6000달러다. 반덤핑관세율은 한국을 포함해 다른 외국산 변압기에도 적용된다.
현대일렉트릭은 미 상무부가 강화된 미국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의해 한국산 제품에 부당한 AFA(불리한 가용정보)를 적용,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상급법원인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 정상적 판정의 반덤핑 관세율 수준 회복을 시도한다.
상급법원 항소심의 최종판정까지는 반덤핑 관세 정산의무가 유예되므로 금번 상무부 판정 관세율을 적용한 추가 예치금으로 인한 현대일렉트릭의 손익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무역법원(CIT)의 최종판정은 2년 소요되며, 국제무역법원 항소 이후에도 상급법원인 연방순회법원에 항소 기회가 남아있다. 동 판정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지난달 WTO 제소절차를 개시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미국발 무역전쟁에 대응하는 외교전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8일(현지시간)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23일 발효를 앞두고 대상국에 추가 면제 협상의 문을 열어 뒀다.
EU가 곧 미국과 접촉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위터를 통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EU가 미국을 상대로 사용하는 커다란 관세와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에 관해 EU 대표와 대화할 것”이라며 “(유럽의 조치는) 우리 농부와 제조업자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면제를 대가로 현재 유럽이 미국에 적용하는 각종 무역장벽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주 안에 관세 문제를 놓고 워싱턴과 접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무역에 대한 의견 차이는 공정하건 그렇지 않건 일방적 행동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EU 집행위와 미국 간 대화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시 유예 혜택을 받은 캐나다도 미국과 접촉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교장관이 13일 미국 측 주요 인사를 만난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북미 제조업 활력을 보장하고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서둘러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 워싱턴을 방문해 국가 예외를 적용받기 위한 막판 설득에 나선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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