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음료업계가 본격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올해 상반기 주총에는 오너 경영복귀, 주주 권익 보호, 경영 투명성 강화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14일 신세계푸드를 시작으로 16일 신세계와 KT&G, GS리테일, 23일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그룹, 26~28일 CJ그룹, 28일 호텔롯데 등 유통·식음료 업체 주주총회가 잇달아 열린다. 23일에는 롯데제과, 삼양식품, 오뚜기,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사조해표, 국순당, 대상 등 식품업체 주총이 대거 몰렸다.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 사태를 맞은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계열사 합병·분할합병을 무사히 통과했지만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주요 계열사 주총이 예정됐다. 도덕성 논란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기임원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인 신 회장과 이원준 유통BU장의 재선임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며 호텔롯데 이사회는 신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5인과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은 대표이사가 구속되면 도덕성 논란이 일 것을 감안해 사임하는 것이 관례지만 한국에서는 두 번의 재판이 남아있고 사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 회장은 구속 수감 중이지만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을 미뤄볼 때 '옥중 경영'을 계속 할 것으로 비춰져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며 경영에 지속 참여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주총에서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체 검열로 투명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내 주요 상장 계열사 이사회에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위원회별로 실무 운영에 필요한 사내이사는 1인 이하로 최소화하고 나머지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백복인 사장 연임을 놓고 표 대결이 예상되는 KT&G 주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하며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이사회 증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행 최대주주는 정부(55.8%)라 이번 사외이사 증원 요청은 '관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CJ그룹은 주주의 주총 참여율을 제고하기 위해 주총 분산 개최를 결정해 주목받고 있다. 주주 권익 보호 차원에서 10개 상장 계열사 주총을 분산 개최하기로 결정하며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나눠서 진행한다. 또 CJ대한통운과 CJ씨푸드는 전자투표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그룹 차원에서 각 상장 계열사에 적극 권고할 계획이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이재현 회장 등기이사 복귀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GS리테일은 주총에서 신사업 진출을 대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GS리테일은 16일 주총을 열고 가상현실(VR)기기 체험관 등 실감형 미디어를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GS리테일은 이달 1일부터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KT와 ICT 융합으로 체험형 안테나 샵 '브라이트' 운영에 들어갔다. 최첨단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술과 콘텐츠를 활용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GS리테일은 실감형 미디어 시장 가능성을 타진해 본 뒤 향후 사업으로도 연결시킬 계획이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