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수요가 급증하는 농업용 드론 인증 담당자가 국내에 1명밖에 없어서 허가 과정에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 농업용 드론은 농약 살포 등을 담당하는 드론이다.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인증받는데 1년가량 걸린다. 인증에만 1년 이상 걸려 기업들은 사업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드론을 농기계로 판매하려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이 업무를 담당하는 인증팀은 1개에 불과하다. 인증팀은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드론을 정부 보조금을 받는 농기계로 판매하려면 한국농기계협동조합에 등록해야 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실시하는 검증을 통과하는 것이 등록 전제 조건이다. 안정성, 비행 시간, 농약 살포 폭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다.
검증팀이 1개이다 보니 검증을 위해 대기하는 '인증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 연중 7~10개 신제품이 인증 대기 상태에 놓여 있다. 다양한 항목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검증 건당 처리 기간이 약 45일 걸린다. 현재 대기하고 있는 제품 수를 감안하면 신제품 검증 신청에서 통과까지 최소한 8개월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농업용 드론은 4~10월 6개월 동안만 검증을 실시한다. 날씨가 추우면 농약 살포 폭 등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검증을 대기하다 해를 넘기는 경우도 많다. 한 항목이라도 통과되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검증을 신청해야 한다.
농업용 드론을 판매하는 국내업체는 대략 50곳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신제품이 한꺼번에 몰리면 인증 병목 현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드론기업 관계자는 “새로운 기체를 개발해 1년이 넘도록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1년 가운데 절반은 검증을 받지 못하는 기간인 데다 담당팀마저 1개에 불과, 언제나 검증 신청이 밀려 있다”고 토로했다.
영세한 국내 드론기업 입장에선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판매를 통해서 빨리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검증이 늦어지면서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검증 비용 자체도 만만치 않다. 한 번에 통과해도 검증에 수백만원이 든다. 중소기업엔 검증 비용뿐만 아니라 직원이 몇 주 동안 체류해야 하는 비용도 부담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드론기업이 검증을 받으려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있는 수원으로 출장을 와야 한다. 반면에 자금 여력이 충분한 해외 기업은 한 기종을 여러 번 등록하는 '꼼수'도 부린다. 늑장 검증으로 한국 드론 산업이 발목이 잡히는 셈이다.
국제무인운송시스템협회(AUVSI)는 보고서에서 농업용 드론이 앞으로 산업용 드론 시장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빠른 상용화와 기술 개선이 이뤄지려면 검증 장소와 담당 인력을 늘려야 한다.
드론기업 관계자는 “신제품 판매가 늦어지면서 자금난도 심해졌다”면서 “검증 장소를 늘리는 게 안 된다면 검증 인력이라도 늘려서 드론을 농업용으로 빠르게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