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홈쇼핑, 판매수수료 인하 목전...장기 적자 늪 빠지나

공영홈쇼핑이 코너에 몰렸다. 정부 재승인 조건에 따라 4월부터 판매수수료 요율을 인하해야하기 때문이다. 개국 이후 지난해까지 수년 간 적자를 면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수료 매출까지 감소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다음 달 중순부터 입점 판매자에게 과금하는 판매수수료 요율을 현행 23%에서 20%로 내려야 한다. 정부는 공영홈쇼핑 개국 당시 최초 3년만 기존 사업자(32.1%)의 70% 수준인 23%로 판매수수료율을 책정하고, 4년차부터는 20% 수준으로 조정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영홈쇼핑의 명목수수료율(계약서상 수수료율)은 22.6%다. 공영홈쇼핑을 제외한 6개 사업자 명목수수료율 평균은 약 33.4%다. 납품업체 매출에서 판촉비용을 차감한 실제 수수료 지급액의 비중인 실질수수료율도 경쟁사 보다 낮은 수준이다. 작년 공영홈쇼핑의 실질수수료율은 21.2%다. 홈앤쇼핑(19.5%)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와 비교하면 10%p 이상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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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홈쇼핑의 지난해 취급액은 5828억원이다. 영업손실은 47억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적자는 2015년 199억원, 2016년 107억원으로 3년간 총 353억원을 기록했다. 홈쇼핑 업계에선 유일한 적자 사업자다. 유료방송 송출수수료 상승과 온라인·모바일 판매 인프라 확충 비용 증가 등이 적자 경영을 부채질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공영홈쇼핑의 지속가능 경영방안' 답변서에서 모바일·인터넷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제품군과 가격을 다양화해 2018년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판매수수료가 20%로 인하되면 수익성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23%를 유지하는 방안도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영홈쇼핑은 판매수수료가 당초 계획대로 인하되면 장기 적자 늪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판매수수료율이 3%p 인하되면 한 해 최소 100억원 이상 적자가 추가 발생한다.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온라인·모바일 채널은 지난해 기준 전체 거래액 중 20% 미만 점유율에 불과하다. 이윤보다는 장기 육성을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품군 다양화 전략 추진도 쉽지 않다. TV, 온라인, 모바일 등 모든 판매 채널에서 100% 중소벤처기업 제품과 농축수산물만 취급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의) 적자가 지속되면 결국 입점 중소기업의 판로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재무 구조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