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SS 2018 결산 좌담회]의료IT는 선택이 아닌 필수,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자

한 해 30만명이 넘는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은 세계 선두를 기록 중이다. 두 영역의 접점인 의료IT 시장 성장 가능성도 기대가 높다. ICT 융합이 핵심인 정밀의료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까지 의료계에 파고들면서 의료IT 역량 확보는 필수가 됐다.

성장 가능성을 넘어 성장 필요성이 더 커진 상황이지만 우리나라 경쟁력은 열세다. 시장 지배자인 미국이 굳건히 버티고 있고 유럽과 일본 등이 뒤따른다. 이지케어텍이 국내 최초 병원정보시스템(HIS)을 수출하며 포문을 열었지만 후속 타자가 마땅치 않다. 세계 최대 의료IT 행사인 '세계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2018'에서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의료IT 산업 가치와 발전 방안을 들어봤다.

▲참석자(가나다순)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

△위원량 이지케어텍 대표

△이흥로 바임컨설팅그룹 전무

△황희 이지케어텍 부사장(분당서울대병원 최고정보책임자)

※사회=정용철 전자신문 SW융합산업부 기자

◇사회(정용철 전자신문 SW융합산업부 기자)=이지케어텍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세계 최대 의료IT 행사인 HIMSS에 참여했다. 장기간 참여가 가능했던 동력은 무엇인가.

◇위원량(이지케어텍 대표)=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개발한 병원정보시스템(HIS) '베스트케어'가 국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좋은 물건이 없으면 HIMSS와 같은 국제적 행사에서 보여줄 게 없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도 했지만 국제 컨벤션에 참여해 많이 알리기도 했다. 실제 HIMSS 참여로 해외 수출길도 열었고 글로벌 파트너도 확보했다.

◇황희(이지케어텍 부사장)=HIMSS 참여는 만들어 놓은 결실을 알리는 계기기도 하지만 사업을 위한 투자기도 하다. 우리는 1년간 HIMSS 참여를 준비한다. 부스 제작과 각종 설비 임대, 인건비 등을 합치면 한 번 참여하는 데 4억~5억원이 든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한 행사에 4억원 넘게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아깝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베스트케어를 많이 노출시키고 잠재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이흥로(바임컨설팅그룹 전무)=분당서울대병원이 영리집단이 아니고 이지케어텍도 대기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HIMSS 참여와 같은 큰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5년 연속, 그것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참여하는 것은 성과가 있기에 가능했다. 중동과 미국 등 실제 계약이 발생했다. 국제 행사 참여는 배우는 계기도 된다. 베스트케어가 무엇이 부족하고 글로벌 트렌드는 어떤지 파악해 고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사회=국내 최초 HIS 수출이라는 성과는 병원-기업 간 협업 성공모델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후속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추가 성공사례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백롱민(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보수적인 병원에 수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우리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개발했다. 국제표준을 적용했고 다국어 버전으로 개발했다. 개발단계부터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한 점이 수출하는 기반이 됐다. 국제 수준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것을 알리는 데도 노력했다. 나도 베스트케어를 들고 해외로 나가 10번 이상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점, 병원과 기업의 협업, 좋은 파트너, 팔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위원량=베스트케어 수출이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나라 의료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은행 시스템을 수출하려면 기반이 되는 은행이 세계 수준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가 세계 수준에 도달한 만큼 IT와 접목만 잘 이뤄지면 수출도 어렵지 않다. 베스트케어는 병원이 먼저 필요성을 인지해 이지케어텍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솔루션을 개발했다. 병원과 의료진이 주도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주도적으로 개발에 참여했다. 수요자가 필요성을 인지하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흥로=해외사업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의료IT를 포함해 우리나라 산업 환경이 5~10년을 두고 투자를 하겠다는 마인드가 부족하다. 설계 단계부터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솔루션 개발과 사업 접근법이 다르다. 빨리 성과를 내려고 하니 장기 투자가 쉽지 않다. 병원은 더 열악하다. 투자라는 개념 자체가 병원에서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이지케어텍은 투자에 따른 해외사업 성과도 빨리 냈지만 기본적으로 멀리 바라봐야 한다는 미션이 깔려 있었다.

◇황희=의료 SW를 수출한 게 일반적이지 않다. 대형병원에 수출한 국내 유일 사례다. 세계에서 의료 IT를 수출하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을 제외하고 다른 문화권에 수출한 사례는 거의 없다. 베스트케어는 이례적으로 수출에 성공했다. 단순히 분당서울대병원-이지케어텍이 했는데 다른 병원, 기업은 왜 못하냐는 생각은 위험하다. 세계에서 99%가 못한다. 불가능한 영역이니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냉정하게 기업 기술수준을 평가하고 무기와 전략을 갖춰야 한다.

◇사회=국가적으로 4차 산업혁명 열기가 뜨겁다. 의료 영역까지 확대돼 대응이 분주하다. 병원과 관련 솔루션 기업에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과 대응은 무엇인가.

◇황희=병원에서 바라보는 4차 산업혁명은 ICT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내부적으로는 빅데이터로 경영 효율을 추구한다. 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지케어텍은 4차 산업혁명 핵심인 '정보 역량' 확보를 위해 데이터 분석 자회사를 만들었다. 내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클라우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병원과 기업, 연구소 클러스터인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HIP)는 의료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흥로=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새로운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개발(R&D)만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는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만으로 부족하다. 기술개발과 상용화 균형이 중요하다. 병원, 연구소가 4차 산업혁명 관련 R&D를 꾸준하게 진행하고 기업은 어느 시점에 상품으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백롱민=4차 산업혁명 핵심은 데이터다. 의료 영역도 임상, 유전체, 생활습관 등 각종 정보가 중요하다. 헬스케어가 가진 문제를 데이터로 풀어야 한다. 환자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국가 의료 비용을 줄이는 것 모두 데이터가 열쇠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디지털병원을 기치로 내걸고 데이터 역량 확보에 집중했다.

◇사회=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의료IT 생태계가 잘 조성됐다. 이번 HIMSS에 참여한 기업 대부분도 이들 국가인데 우리나라는 기업 수도 적고 생태계도 열악하다. 이유는 무엇인가.

◇위원량=좁은 내수가 원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의료IT 시장은 규모는 작고 이익도 남지 않은 구조다.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이익을 내는 것도 어려운데 글로벌 기업과 경쟁은 먼 이야기다. 이지케어텍이 해외사업을 펼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장이 작다보니 전문인력 구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1년에 20명씩 신입직원을 채용해 키우고 있다.

◇이흥로=좁은 내수시장이 원인이라는 데 동의한다. 의료IT 사업을 하려면 해외사업을 펼칠 수밖에 없다. 사업 초기부터 해외를 염두에 두고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에도 기회를 모색하는 게 낫다. 문제는 국내기업이 막연하게 해외시장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개발단계부터 국제표준 준수가 중요하다. 국제표준 준수가 어렵지만 가장 선행돼야 한다.

◇황희=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수가 문제가 크다. 시장이 형성되려면 병원이 투자를 해야 하지만 저수가 체계에서는 여력이 안 된다. 병원 IT 예산은 뻔하다. 인프라 투자 예산이 커지면 SW에 쓸 예산은 더 작아진다. 미국은 10년 전부터 연방정부가 병원이 EMR를 도입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병원 정보화 수준이 올라간 동시에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병원 자체 예산으로 모든 IT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시장이 제한적이고 생태계 조성도 안 된다.

◇사회=우리나라 의료IT 투자가 열악하다는 데 모두 동의한다. 실제 국내 병원 전체 매출 대비 IT 투자는 1%가 채 안 된다.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은 무엇인가.

◇백롱민=앞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는 병원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의료는 산업이 아니라 복지 개념이 강하다. 단일보험에 의해 수가가 제어되다 보니 투자할 여력이 없다. 과거 의료IT는 병원 운영을 지원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양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도구가 된다.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필연적으로 의료IT 투자가 확대돼야 하다. 수가 체계 개편 등 병원이 투자 여력을 확보하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황희=전체 매출의 1%라는 IT투자도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만약 특정 병원의 연간 IT 투자비용이 100억원이라고 하면 그 비용은 순전히 투자가 아니라 IT 인프라 유지·보수 비용이다. IT를 잘하기 위해 투자하는 병원은 국내에 거의 없다. 병원 의료 서비스는 세계 수준에 올라섰지만 IT 투자는 여전히 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유지비용에 불과하다. 모든 병원이 매년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찾는다면 IT 역량을 높이는 데 투자할 수 있다.

◇위원량=의료IT가 필요한 이유를 인지해야 한다. 모든 국가가 의료 서비스를 안전하게 국민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문제는 고령화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의료IT 목적과 역할이다. 미국은 EMR를 포함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해 성과를 거둔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환자, 병원, 기업 모두 윈윈이 된다.

◇사회=헬스케어는 가장 유력한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의료IT는 전통 헬스케어를 넘어 첨단 산업으로 견인할 도구다. 국가 새 먹거리로 발돋움하기 위해 조언한다면.

◇백롱민=세계 1위를 달리는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20년 후에도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국가는 미래를 대비해 대안을 확보해야 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전자, 자동차 산업보다 크다. 의료IT는 과거 제약, 의료기기 등 전통 산업을 한 단계 높이고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의료IT의 핵심은 병원, 기업, 기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함께 움직일 터전을 마련하는 데 정부가 노력을 해야 한다.

◇황희=과거에는 가장 똑똑한 학생이 공대에 진학했다. 반도체, 전자산업 등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고,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켰다. 지금은 가장 똑똑한 학생이 의대에 간다. 병원과 헬스케어 기업 등에는 엘리트로 구성된다. 헬스케어를 포함해 의료IT 산업을 키울 적기다. 만약 시점을 놓친다면 후폭풍이 우려된다. 미국을 제외하고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영영 따라가지 못한다. 또 의료IT를 포기한다면 의료 주권에도 영향을 준다. 모든 시스템이 외산에 종속되면 의료 프로세스까지 우리 것을 포기하게 된다. 의료IT 산업 발전을 위해 퍼스트 무버와 패스트 팔로어를 명확하게 하는 R&D 전략이 요구된다.

◇이흥로=시장 매력도는 헬스케어가 단일시장 중 가장 크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고급 인력이 가장 많다. 문제는 반도체, 자동차는 단일기업이 장기간 투자해서 결실을 거둘 수 있지만 의료IT는 아니라는 점이다. 의료IT는 IT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는 병원, 기업, 정부 등이 분리됐다. 우리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병원, 기업, 정부가 해외 시장에 침투하도록 협업해야 한다. 제 각각 움직이던 의료IT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 아래 협업하는 게 성공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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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IMSS 2018'에서 결산 좌담회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이흥로 바임컨설팅그룹 전무, 위원량 이지케어텍 대표,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 황희 이지케어텍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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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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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량 이지케어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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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로 바임컨설팅그룹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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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이지케어텍 부사장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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