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B백화점 마케팅 김 상무는 요즘 한숨이 잦아졌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확연히 줄었고, 그나마 방문한 고객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김 상무는 고가부터 저렴한 제품까지 다양한 기획전을 구상했지만 고객 반응은 시큰둥하다. 굳게 닫힌 고객의 지갑,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까.
▲오늘의 성공 스토리
불황이라고 해서 모두가 앓는 소리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가격이 비싸지만 더 잘 팔리는 제품도 있다. 서울의 주요 호텔이 운영하는 '딸기 디저트 뷔페'는 4만~5만원대 가격에도 한 달 동안 예약이 꽉 찰 정도며, 백화점에서 파는 프랑스 수제 고급 초콜릿은 두 알에 9000원인데도 고객이 줄을 서서 살 정도다. 왜 그러는 걸까. 바로 '스몰럭셔리 트렌드' 때문이다. 이는 불황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소비 행태로, 대체로 값싼 제품군 가운데 최고급 제품을 소비하는 경향을 뜻한다.
글로벌 PR커뮤니케이션 회사 웨버섄드윅은 한 트렌드 보고서에서 2014년 주요 키워드로 '합리 사치'를 선정했다. 이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소비자 3명 가운데 2명은 높은 가격의 수입 식료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인 명품은 부담되지만 최고급 디저트는 소비 적정선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스스로에게 사치스러운 만족감을 선사하는 추세가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스몰럭셔리 트렌드를 제대로 공략한 브랜드가 있다. 이탈리아의 마르비스 치약이다. 보통 치약 가격은 몇 천원 안팎이지만 마르비스 치약은 거의 1만원에 가까운 가격이다. 일명 '치약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이 치약은 해외 직접구매(직구)로 구할 정도로 인기도 좋고 재구매율도 높다. 비결은 무엇일까.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치약은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패키지 디자인이 특징이다. 화려한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의 뚜껑, 색상만큼 다양한 향이 소비자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 치약과 다르게 천연재료로 만들고 마트가 아닌 약국에서 판매, 제품 신뢰도를 높였다. 이 덕분에 소비자는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탈리아의 한 지역 특산품이던 마르비스 치약은 이제 이탈리아 전체를 대표하는 럭셔리 치약으로 자리매김했으며, 2015년 매출은 4600만유로(약 600억원)로 전년 대비 8.2% 성장했다.
마르비스뿐만 아니라 미국 향초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양키캔들'도 스몰럭셔리 트렌드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대체로 저렴한 향초 가격은 1만원 안팎이지만 양키캔들은 크기에 따라 2만원에서 5만원까지 이른다.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양키캔들이 향초 가운데 최고급, 즉 스몰럭셔리 제품이기 때문이다. 양키캔들은 천연재료는 기본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식용 등급 왁스와 100% 면 심지만을 사용한다. 또 매장을 방문하면 전문가로부터 제품별 특성과 효능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게다가 고급스러운 제품 포장은 구매하는 손님에게 '나를 위한 가치 있는 선물'이라는 심리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로써 양키캔들의 대표 상품인 자캔들은 2015년 1분에 1개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진출한 지 1년 만에 매장을 무려 140개로 확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불황기에 얼어붙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마르비스 치약'과 '양키캔들'처럼 일상 제품에 프리미엄을 더한 '스몰럭셔리'로 다가가 보자.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정리=천유경 IGM 글로벌 응용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