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퀄컴 주총 연기 명령… 브로드컴發 적대적 M&A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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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퀄컴 주주총회를 한 달 연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브로드컴이 추진하고 있는 대 퀄컴 적대 인수합병(M&A)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는 6일로 예정된 퀄컴 주주총회를 30일 연기하라고 명령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CIFIUS는 그동안 국가 안보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외 자본의 자국 기업 M&A를 막아 왔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퀄컴에 13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M&A를 제안했다. 퀄컴은 인수가가 낮다며 거절했다. 브로드컴은 퀄컴 이사회 교체 카드를 꺼내 들고 적대 M&A을 추진했다. 6일로 예정된 퀄컴 주총에서 11명의 이사진 가운데 자사가 추천한 6명을 이사회에 앉히는 것이 목표였다. 계획대로 절반 이상 이사회 자리를 확보하게 된다면 퀄컴은 브로드컴에 넘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브로드컴은 자사 추천 이사진 선임의 방해를 노골화하기 위해 퀄컴이 CIFIUS에 몰래 조사를 요청했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퀄컴은 “지난 몇 주 동안 브로드컴이 CIFIUS에 두 건의 서류를 제출하는 등 상호 연락을 취해 왔다”며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CIFIUS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브로드컴은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키로 했고, 회사 주주 대부분이 미국 자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탄 호크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 역시 말레이시아계 미국인이다.

블룸버그는 주총 사전 투표 결과 과반이 브로드컴 손을 들어 줬다고 보도했다. 일부 대형 투자자는 아직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브로드컴이 추천한 6명의 인사가 이사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퀄컴은 브로드컴 품에 안길 수밖에 없다.

퀄컴이 적대 M&A에 노출된 근본 이유는 '성장 정체'에 있다. 투자자에게 합당한 이익을 돌려주지 못했다는 것이 브로드컴의 주장이다. 퀄컴의 핵심 이익원인 통신칩 라이선스 사업은 세계 각국의 규제에 가로막힐 위기에 처해 있다. 애플과 인텔 등 고객사·경쟁사와도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티브 몰런코프 퀄컴 CEO는 17명의 차기 CEO 후보 가운데 사전 투표 득표수가 뒤에서 두 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그는 CEO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퀄컴 창업자인 어윈 제이컵스의 아들이자 현 이사회 의장인 폴 제이컵스 역시 교체 위기에 처해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CIFIUS 명령으로 얻게 된 30일 동안 퀄컴이 NXP M&A를 완료하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여부다. 합병은 NXP 주주 70%가 지분을 퀄컴에 넘기고 마지막 남은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이뤄져야 완료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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