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민간우주발사사업의 공룡과 개미

2018년 2월 6일, 미국의 민간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가 1420톤급 초대형 로켓 '팰콘 헤비' 발사에 성공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야망을 담은 이 로켓은 그의 애차인 '테슬라 로드스타'를 실은 채 화성 궤도에 진입해 화제가 됐다.

2018년 1월 21일에는 미국과 뉴질랜드의 스타트업 '로켓랩'이 10톤짜리 초소형 로켓인 '일렉트론'으로 3개의 초소형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각각 민간기업이 초대형 로켓과 초소형 로켓으로 성공한 사례다. 20세기 우주개발이 국가주도였다면 21세기는 민간주도다. 우주 접근 비용도 낮아졌다. 우주이용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발사체의 공룡, 대형 로켓과 개미, 초소형 발사체 개발의 세계적 흐름과 이에 숨은 로켓기술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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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의 공룡, 초대형 발사체가 가져올 미래

가장 앞선 민간기업은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다. 우리나라 아리랑 위성이 날고 있는 700㎞ 내외의 태양동기궤도에는 스페이스X가 가진 500톤가량의 팰콘 9(1단 엔진이 9개란 뜻)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보다 50배가 넘는 높이의 정지궤도에 대형 위성을 올려놓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로켓이 필요하다.

이 시장은 러시아의 프로톤(690톤)과 유럽우주기구의 아리안 5(777톤)가 점유해 왔다. 팰콘 헤비는 6~8톤에 이르는 정지위성 3개를 한꺼번에 발사해 가격이 저렴해질 것이다. 팰콘 9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로켓 회수기술을 적용한 팰콘 헤비의 대당 발사비용은 1회용인 다른 경쟁 발사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팰콘 헤비는 16톤의 짐을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대형 실험선을 보내기에 적합하다. 달관광선도 팰콘 헤비를 통해 발사한다. 아폴로 17호 이후 끊어졌던 달로의 여행이 팰콘 헤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화성 유인탐사와 거주를 위한 구조물을 보내려면 이보다 더 거대한 로켓이 필요하다. 엘론 머스크는 무려 4400톤이나 나가는 거인 로켓, 'BFR'을 준비 중이다.

팰콘 헤비 발사는 나사 케네디우주센터의 39A 발사대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은 원래 달 로켓과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던 나사의 발사대였다. 이제는 민간기업에 그 자리를 양보했다. 나사가 별도로 준비 중인 차세대 발사체(SLS)는 그 옆에 위치한 39B 발사대를 이용한다.

엘론 머스크에 맞선 대항마를 준비 중인 민간회사는 베조스 아마존 회장이 주도하는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 로켓이다. 2020년경 처음으로 비행을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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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미국의 민간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의 팰콘 헤비발사대는 나사가 우주왕복선 발사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민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주개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출처: 정홍철)

◇발사체의 개미, 초소형 발사체는 어떻게 가능한가

우주 로켓이라고 하면 거대한 크기를 먼저 생각한다. 실제 우주 로켓은 약간 작다. 사람을 달로 보낸 새턴 5급(2900톤)의 초대형 로켓에 관한 정보는 많이 접하지만 우주개발 초기의 초소형 발사체는 잘 모른다. 미국의 뱅가드(22톤), 일본의 람다(9톤), 영국의 블랙 애로우(18톤), 프랑스의 디아망(18톤), 인도의 SLV(17톤) 등이다.

참고로 우리 나로호는 140톤으로 이들 초소형 발사체에 비하면 10배나 무거운 편이다. 나로호보다 가벼운 초소형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리기 위해 로켓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스피드다. 로켓을 우주용으로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스피드를 낼 수 있는 엔진이기 때문이다. 속도가 1초에 무려 8㎞는 돼야 한다. 로켓의 크기나 무게와 무관하게 추진제의 성능과 다단 로켓 기술을 이용해 달성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인공위성 무게를 좌우하는 로켓 성능이다. 현재는 자기 몸무게의 1%를 우주에 올려놓을 수 있다. 1kg의 무게를 우주에 쏘고 싶다면 그것의 100배에 달하는 로켓을 만들면 된다. 한국형 발사체는 200톤 무게로 1.5톤의 위성을 운반한다.

10톤 내외의 초경량급 만으로도 충분히 우주 발사체를 완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1kg의 초경량 물체로는 아무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주개발 초기에만 100kg 내외의 위성이 있었을 뿐 위성은 점점 대형화됐고 이에 맞춰 로켓의 몸집도 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술 발전으로 1kg짜리 위성과 이를 운반하는 초소형 발사체 시장도 생겼다.

◇공룡에 맞선 개미, 초소형 발사체는 생존가능한가

크기가 10㎝이고 무게가 1㎏내외인 초소형 위성은 '큐브위성' 또는 '큐브샛'으로 불린다. 이 위성은 원래 1999년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이 공동으로 학생들의 교육 실습용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큐브샛은 연습작품 수준을 넘어섰다. 위성통신 분야 스타트업 '원웹'(OneWeb)에서는 648기의 큐브샛 통신위성을 발사해 2020년까지 세계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초고속 우주 인터넷망 구축을 추진하려 한다. 문제는 어떻게 발사하는지다.

초소형 위성은 대형 위성을 발사할 때 생기는 빈자리를 이용해 발사했다. 우리나라도 2012년, 2013년 국내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선정된 5개 팀의 위성은 2년 넘게 기다리다 2018년 1월에 인도의 PSLV로 다른 소형 위성 27개와 함께 발사했다. 큐브샛은 발사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보통 여러 대를 모아 공동으로 발사하는데 지난 2017년 2월에는 무려 104개의 초소형 위성이 한 번에 발사했다.

날로 늘어나는 초소형 위성 발사 시장을 주목한 것이 뉴질랜드와 미국의 합작회사 로켓랩이다. 로켓랩은 3D프린터를 이용한 부품 제작, 초경량의 탄소섬유 동체 제작, 세계 최초로 전기 모터를 이용한 추진제 공급 장치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아 길이 17m에 무게 10톤의 미니 우주 발사체를 제작했다. 500㎞의 태양동기궤도에 225㎏의 무게를 올릴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이다. 로켓랩의 목표는 1회 발사 비용을 60억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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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길이 17m에 무게가 10톤밖에 되지 않는 초소형 우주 발사체 일렉트론. 3개의 큐브샛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우주택배의 틈새시장을 노린다. (출처: 정홍철)

일본도 초경량 위성 발사 요구에 맞춰 초소형 로켓을 개발, 지난 2월 3일 발사에 성공했다. 길이가 10m에 무게가 겨우 2.9톤밖에 나가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초미니 우주 로켓 SS-520(로켓 직경이 520㎜란 뜻)이다. 이것은 원래 그냥 우주로만 높이 쏘던 사운딩 로켓(과학관측로켓)을 개량한 것이다. 이 로켓으로 궤도 진입에 성공한 위성은 도쿄대가 개발한 3㎏짜리 큐브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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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1kg내외의 큐브샛 발사 수요가 늘어나자 일본도 사운딩 로켓을 개량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초소형 우주발사체SS-520을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다.

초소형 위성 발전과 함께 요구되는 초소형 발사체 수요는 우리나라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올 10월 추력 75톤급 엔진 하나를 이용한 한국형 발사체를 시험 발사한다. 추력 75톤이면 추력 20톤의 로켓랩 로켓의 3배 이상의 성능이다. 여기에 2단과 3단을 올려 스피드를 제1 우주 속도(초속 8㎞)로 올리면 초소형 발사체가 되는 것이다.

당장은 1.5톤급 실용 위성 발사를 위한 발사체 개발이 급선무다. 하지만 대형 위성만 고집하기보다는 개발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실험 탑재체를 실을 수 있는 소형위성과 중저가 발사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글: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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