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핵심 소재 리튬은 '하얀석유'로 불린다. 가격은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약 60%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코발트 가격이 들썩였다. 2년 전 톤당 2만달러를 갓 넘긴 코발트 가격은 3배 이상 올라 올해 초 톤당 8만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개화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코발트다. 지난 22일 런던금속거래소(LME) 코발트 현물 가격은 톤당 8만2000달러, 3개월 선물 가격은 8만3500달러로 LME 상장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코발트 가격이 톤당 10만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격 상승 이유는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에 공급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매장량이 한정돼 있는 데다 광산을 개발해서 실제 생산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최근에는 세계 코발트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DRC)이 코발트에 부과되는 로열티를 2%에서 5%로 올리고 초과이득세도 50% 부과하는 내용의 광업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코발트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짙다.
여기에 코발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 노동과 인권 침해를 이유로 코발트를 분쟁 광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코발트 '큰 손'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생산에 필요한 코발트 확보를 위해 직접 광산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앞으로 코발트 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과 코발트에 이어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하나인 니켈도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LME 기준 니켈 가격은 최근 톤당 1만4000달러를 넘어섰다. 2015년 5월 이후 3년 만의 최고 가격이다. 많은 배터리 제조사가 용량을 늘리고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니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높아지면서 이차전지 가격도 따라 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는 이달 원통형 배터리 표준 제품인 18650(지름 18㎜, 길이 65㎜) 배터리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중국 업체도 고객사와 가격 인상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상승폭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15~20% 수준이다. 원통형 배터리 가격 인상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소형 파우치형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1일 “원재료 가격 상승은 배터리 업체의 수익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배터리 가격 상승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전기차용 배터리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배터리 업계 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배터리 업계 실적 전망을 비관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제조사와 원재료 인상분을 판가에 반영하는 내용의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접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체에 양극재나 음극재를 공급하는 이차전지 소재 업체는 원재료 가격에 마진을 덧붙이는 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직접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원재료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원재료 구입과 납품 대금 결제일까지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