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정책은 소비자 물가가 오르거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꼭 한 번은 거론된다. 통신비에는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선거 단골 공략인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은 그래서 주기를 두고 되풀이된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최근 105일 활동을 종료했다. 뚜렷한 합의는 도출하지 못하고 이해 관계자 간 의견만 확인했다. 단말기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기초연금수급자 요금 감면, 기본료 폐지 등 모든 의제가 통신비 인하와 규제 위주 방안이었다. 이해 당사자인 이동통신사는 의제 설정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면서 요금 규제 완화를 통한 경쟁 활성화, 혁신 요금제 활성화, 요금 구조 개편 등 논의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협의회 논의에서는 제외됐지만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는 새로운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요금 규제는 완화하고 불법 행위는 엄벌하는 형태의 사후 규제(사후신고제) 방식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사후신고제를 도입하면 요금 상품 출시 기간이 줄고 다양한 요금제 출시가 가능, 자연스럽게 경쟁이 촉진되고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국회에서도 사후신고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후신고제 도입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통신비 인하 요인이 생기면 당연히 요금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에 따른 업계 규제가 아니라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야당이 소극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의 통신 요금 정책 기조는 규제에서 경쟁 활성화 쪽으로 서서히 바뀌는 추세였다. 통신 산업 발전을 통한 고객 후생 등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정책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사업자 간 경쟁 촉진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본격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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