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부의 외교·통상 분리 대응 방침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여당은 '외교와 통상은 별개'라고 선을 그으며 당국에 보복조치 등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야권은 미국의 통상압박의 원인이 정부의 외교 전략 부재에 있다고 날을 세웠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가 오히려 줄었고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도 한미 FTA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미국의 대응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간 선거를 대비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가 외교, 통상이 별개라고 하는데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잘못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미국 보호무역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이 동맹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에 무역보복을 하고 일본은 제외했다”면서 “우리의 통상, 교섭 능력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김 의원은 “청와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동맹에서 외교, 안보, 통상 등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것을 믿는 국민이 몇이나 되냐”면서 “정부만 나서서 외교, 통상이 별개라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안보 동맹과 경제 동맹이 같이 가야 한다는 우려가 많은데, 같이 가려는 노력은 왜 안 하느냐”며 거들었다. 이채익 의원도 “한국당은 이 부분을 외교참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며 “외교력의 부재, 친북·친중외교의 쏠림현상으로 보는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도 “미국이 동맹이라고 하면서도 취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면서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펜스 부통령이 5분만에 자리를 뜬 것도 다 연결선상에 있다. 미국이 간접적으로 대한민국 압박하는 거 아니냐”며 정부의 '통상·안보 분리대응' 기조를 비판했다.
이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추진 등 미국의 통상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 때부터 계속 이야기했던 문제로, 외교적 관점 보다는 미국의 경제·산업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한국에만 국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국GM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GM이 기존의 불투명한 경영문제를 개선하고 장기투자에 대한 플랜과 고용 안정성(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백 장관은 “GM이 높은 매출 원가와 높은 차입 이자, GM 본사에 대한 불합리한 업무 지원비 등 다양한 불투명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새로운 투자에 앞서 그간의 모든 것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먼저 실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주주로서 제대로 감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면 좋지 않았나 생각은 한다”면서도 “주주회의에서도 GM의 운영방식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구체적 영업 전략이나 수치를 의도적으로 막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규제 권고안은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철강수입 가장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면서 “중국을 겨냥해 발표했는데 우리가 중국 제품을 많이 수입하다보니 대상에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친북 정부'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