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고강도 철강 수입규제 움직임에 '투 트랙(Two-Track)'으로 대비책을 마련한다. 외부적으로는 최종 조치 결정 전까지 미국 정부, 의회, 업계와의 접촉을 늘려 설득한다. 내부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 검토, 수출선 다변화 노력을 병행한다.
정부는 아직 최종 조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조치를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53%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대상으로 지목한 12개 국가에 우리나라가 포함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자국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한 경제논리를 우선했다.
미 상무부는 과도한 철강 수입으로 인한 미국 철강산업의 쇠퇴가 “미국 경제의 약화를 초래해 국가 안보를 손상할 위협이 있다”고 밝혔다. 자국 철강산업 경쟁력을 위해 2011~2016년 평균 74%에 그친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철강 수입을 2017년 대비 37%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상무부는 모든 국가의 철강 수출을 2017년 수준의 63%로 제한하는 쿼터(할당)를 설정하거나 모든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24%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브라질 등 12개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권고안을 제시했다.
상무부는 12개 국가 선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수출량이 많은 국가가 주로 포함됐고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국가가 일부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대미 철강 수출 1위인데도 12개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웃인 멕시코와 전통적 우방인 일본, 독일, 대만, 영국 등도 제외됐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12개국 선정이 '공식에 따른 것은 아니다(was not exactly formulaic)'라고 언급했다. 대미 수출 증가율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안보를 경제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으로 해석하면서 군사 동맹 같은 전통적 안보 요인이 아니라 경제 측면을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 대응도 복잡하고 제한적인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 통상 압력이 가시화될 때마다 언급됐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WTO 제소, 신(新)남방 및 북방 정책 대상국 등 철강 수출선 다변화, 수입규제 조치를 통한 국내산 철강 수요 확대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원칙을 가지고 수입규제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수출 품목과 대상국을 다변화하고 전략적인 해외 진출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