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동계올림픽의 F1' 봅슬레이는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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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쿨러닝' 포스터.

'쿨러닝'은 1988년 자메이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캐나다 동계올림픽 참가를 그린 영화다. 100미터 육상선수 데리스 배녹은 서울올림픽 출전을 꿈꿨지만 최종 선발전에서 좌절을 맛본다. 이후 단거리 육상선수가 동계올림픽 종목인 봅슬레이에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단짝 친구와 왕년의 금메달리스트를 찾아가 봅슬레이 대표팀 코치를 제안하면서 여정이 시작된다. 눈이 오지 않는 자메이카에서 선수의 좌충우돌 훈련과정은 흥미와 웃음을 유발한다.

썰매 종목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윤성빈 선수의 스켈레톤 금메달 획득으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크다. 봅슬레이 종목도 평창에서 '한국판 쿨러닝'을 꿈꾸는 태극전사가 25일까지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낸다. 빙판 위를 달리는 봅슬레이는 첨단 과학으로 중무장,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봅슬레이는 1890년대 스위스에 정착한 미국인이 나무로 제작된 썰매 스피드에 만족하지 못해 강철 썰매를 만든 게 시초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 1200~1300m 얼음 활주로를 평균 120~150㎞ 속도로 질주해 '빙판 위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린다.

빙판 위에서 빠르게 질주하는 봅슬레이는 0.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스피드 경기다. 썰매·경기복·신발 등 장비는 물론 선수가 썰매에 앉는 위치까지 모두 과학이다.

봅슬레이 썰매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지원하는데 공기역학에 초점을 맞춘다. B사는 풍동실험실에서 최고 시속 300㎞ 바람을 통해 썰매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집중적으로 테스트, 공기 저항력을 60%가량 감축했다. H사는 우리나라 선수단 개인 체형을 측정, 3차원(3D) 스캔 기술을 바탕으로 최적의 탑승 자세를 구현·설계했다. 썰매 소재는 강철보다 50% 가벼운 '카본'이 적용되며, 과학적으로 설계된 썰매 가격은 2억원을 호가한다.

선수가 착용하는 경기복에는 근육을 잡아주는 '파워웹' 밴드가 부착돼 있다. 부상 위험을 감소시켜주는 것은 물론 미세한 움직임에도 근육 떨림을 잡아주는 기능이 접목됐다. 경기복은 얼음 파편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재질이 사용된다. 봅슬레이 선수(푸시 역할) 신발 앞쪽 바닥에는 바늘이 30개 이상 박혀 있는데 출발할 때 얼음 위에서 마찰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다.

4인승 경기에는 선수가 썰매에 앉는 순서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4인승 기준 선수 몸무게가 총 6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가장 무거운 사람이 가운데 탑승한다. 무게 중심을 낮춰 빠른 스피드를 유도하고, 속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회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연구팀이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홈 관중 응원을 받을 때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7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 관중 박수와 함성이 실제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흥미로운 결과다.

썰매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썰매 황제의 나라'가 됐다. 올림픽 기본 정신인 '도전'과 '화합'이라는 결과를 보여준 영화 쿨러닝처럼 용맹한 도전에 나선 태극전사에게 우리나라 국민이 박수와 함성으로 보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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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쿨러닝'에서 자메이카 선수들이 봅슬레이 경기 연습을 하는 모습.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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