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7일 “꼬리를 무는 일본 내 연구부정에는 고용 불안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노벨상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는 일본 교토대 iPS(유도만능줄기)세포연구소에서 지난달 논문부정이 발각되자, “우등생 연구소도 부정을 못 막는가”라는 탄식이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교토대는 이 연구소의 특정거점조교(36) 등이 2017년 2월 발표한 논문에 날조가 있었다고 지난 1월 인정했다. 근거 없는 실험데이터를 토대로 논문을 만든 것이 내부 제보로 발각됐다.
야마나카 소장은 지난달 22일 회견에서 “여러 가지 (부정방지 대책을) 강구했지만, 사전에 적발해내지 못했다”고 당혹스러워했다.
iPS 세포연구소는 부정방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험 노트를 확인하고 논문에 실은 데이터도 보관했다.
그럼에도 논문 발표 전에 부정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은 이런 대책이 유명무실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연구현장에서는 실험데이터에 충실하다는 '성선설'을 전제, 고의로 실험 노트에 손질을 가하는 사람의 부정을 막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일본은 2014년에는 이화학연구소의 STAP 세포 소동이 있었다. 작년 8월에는 도쿄대학 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논문 부정이 드러났다.
부정의 배경에는 격렬한 연구 경쟁이나 젊은 연구자의 고용불안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오사카대학 나카무라 마사키 준교수는 “현행 평가시스템이 연구 자세를 뒤틀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정한 기간과 예산으로 성과를 내는 연구자가 높은 평가를 받는 풍조가 실험결과 검증을 안일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부정한 성과로 정부에서 지원되는 예산을 얻어내는 사람이 있으면, 주위 연구자들의 의욕도 꺾인다. 일본의 연구 환경은 악화일로다. 연구비 획득 경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난 심화로 정부 운영비 교부금이 계속 줄면서 국립대학들은 연구비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iPS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자도 “직원의 직장이나 연구비를 유지하기 위해 예산 획득 압박은 크다”고 털어놓았다. 성과가 끊기면 다음 자금이 줄고, 연구도 축소하지 않을 수 없다.
타격이 큰 쪽은 젊은 연구자다. 임기제(기간제) 고용이 늘어 신분도 불안정하다. 2017년도 국립대 40세 미만 교원 가운데 64%가 기간제로 10년 전의 39%에서 크게 늘었다. 이들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직장을 얻기가 어렵다. 교토대에서 부정이 인정된 조교도 2018년 3월 말이 고용 기한이었다.
임기를 마친 연구자가 기업에 가기도 어렵다. 연구개발자를 채용하는 기업 가운데 박사학위 취득자를 채용하는 비율은 20% 정도다. 바이오 분야 등 박사과정 수료자의 취직은 더욱 좁다.
신문은 젊은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일본의 과학기술력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