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상화폐 악용 사기가 늘면서 보이스피싱 피해액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전년 대비 26.0% 증가한 2423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통한 피해금액을 가상화폐로 인출하는 등 신종 수법 등장으로 대출빙자형 피해가 전년 대비 34.3% 증가했다.
대출빙자형의 경우 저금리로 기존 대출을 대환해주겠다고 빙자해 대출원금을 편취하는 방법이다. 전체 피해액의 74.5%를 차지할 정도로 수법이 교묘하고 지능적이다.
사기범들은 사전에 확보한 피해자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해당 취급업소 계좌로 피해금을 송금받아 가상화폐를 구입하고, 이를 전자지갑으로 이전해 현금화했다.
최근에는 회원 명의 입출금 계좌를 등록해야 하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늘어나자 대포통장으로 우회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피해자로 하여금 대포통장으로 송금을 시키고, 이를 다시 취급업소 계좌로 송금해 가상화폐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에만 148억원이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통해 인출됐다. 이는 전체 피해액 증가액(499억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건당 피해금은 1137만원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건당 피해금 485만원의 2.3배에 달했다.
사기범들은 가상화폐가 금융권의 의심거래 모니터링 및 자동화기기 인출 제한에 적용되지 않고, 자금추적이 어려운 점을 악용했다. 광범위하게 유출된 개인정보를 악용해 성별·연령대별로 취약 계층을 표적으로 삼아 보이스피싱을 시도했다. 20대 남성은 취업사기, 20~30대 여성은 정부기관 사칭, 40~50대는 대출빙자형, 50대 이상은 납치형 보이스피싱이 주로 나타났다.
반면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4만5422건으로 은행권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및 모니터링 강화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방법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융회사에 가상화폐 거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악용되지 않도록 FDS 및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도록 지도하겠다”고 전했다.
[표]2017년 보이스피싱 및 대포통장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단위: 억원, 건, %)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