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지난 1일 발표한 4분기 실적은 월가의 예상치를 밑도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주당 순이익이 9.98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발표된 수치는 9.7 달러(세전)였다. 실적발표 후 알파벳 주식은 시간 외 거래에서 한 때 5%까지 급락했다.
디지털 광고 매출 증가로 구글 창립 후 20년 만에 처음 연 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그 빛은 바랬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상승한 323억달러에 달했지만, 이처럼 순이익이 하락한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3일 “애플을 탓하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구글 검색을 디폴트로 깔아주면서 '트래픽 획득 비용'으로 애플에 천문학적 금액을 지불한다.
구글과 애플 간 라이선스 거래액은 밝혀진 바 없지만, 그 추정치는 지난 2014년 법원의 판결에 따라 구글이 애플에 10억달러를 줬던 것에 기초해 연간 물가상승률과 스마트폰 판매 증가 등을 합산해 산정한다.
지난해 시장분석기관인 번스타인은 구글이 이 라이선스 비용으로 연간 애플에 지불하는 돈이 30억달러(약 3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알파벳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애플 등 스마트폰 회사에 지불하는 트래픽 획득 비용이 전년 대비 33% 상승한 64억5000만달러(약 6조8000억원)였다고 밝혔다.
구글 검색이 데스크톱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 옮겨갈수록 그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구글이 애플 등 디바이스 회사들에 지불하는 이 라이선스 비용이 증가하면서 순이익 폭이 줄었다는 것이 NYT 분석이다.
루스 포랫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트래픽 획득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비용의 증가가 구글에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포랫 CFO는 “트래픽 획득 비용 증가는 구글이 스마트폰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세웠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