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3일, 정부는 '국가 3D언스 프린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연구개발(R&D)· 인프라구축·인력양성·제도정비 등 4대 정책과 정책포럼, 국가 로드맵, 산업진흥법, 인프라 및 인력 양성, 시장중심 R&D 등 후속조치가 이 틀에서 이뤄졌다. 선진국이 20∼30년간 걸어왔던 길을 3년여의 짧은 기간에 숨 가쁘게 쫓아왔다. 장비 출시 및 수출, 국제표준, 제도정비 등 실적이 있었다.
이제는 우리 손으로 3D프린팅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수요시장과 품목에 대한 발굴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열심히 이뤄졌다. 특히 제조업 정책은 외국도 주목하고 있다. 짧은 개발 역사로 인한 공급기술 열위 극복 전략으로 제조업 우위의 장점을 극대화한 결과다.
3D프린팅은 로봇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실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HW) 수단으로 꼽힌다. 앞으로 가야할 길도 멀다.
우선 3D프린팅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과 품목을 찾아야 한다.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하는 형태의 진정한 동맹구조가 절실하다.
기술 관점에서 보면, 제대로 된 출력물을 원하는 시간과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비와 소재, 소프트웨어(SW) 기술이 바탕이 돼야 하고, 이를 토대로 지능화·연계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스마트공장 등 상위 개념과 연결될 수 있다. 3D프린팅의 기술적 장점이 발휘될 수 있는 일련의 제조 기술, 기존의 제조 기술과의 연결 및 분산·스마트 제조 등 사이버 시스템과의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제조기술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디자인과 설계 역량이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쓴 '축적의 시간'에서는 급성장한 우리 산업의 아킬레스 건으로 '혁신설계역량'을 꼽았다. 따지고 보면 최근 조선업 위기도 설계역량부족에 원인이 있었다. 3D프린팅의 디자인 설계 기술은 기존의 절삭가공에 비해 접근 방법이 많이 다르다. 이를 잘 이해하고 이용해야 한다.
절삭가공 기술의 극치라는 대만 '상아투화운룡문투구'는 통 상아를 절삭 가공해 투화기법으로 구름과 용 무늬를 새긴 장신구다. 3대, 100년에 걸쳐 가공한 황제 진상품이다. 당시 3D프린팅이 있었다면 보물이 되지 못했을 것다.
3D 프린팅은 여러 부품을 한꺼번에 제조해 불량과 인건비를 줄이는 부품 일체화를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새롭고 다양한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
3D프린팅 디자인이 주효한 품목을 찾아서 양산으로 이끄는 일도 절실하다. 제네럴일렉트로닉스(GE) 항공이 3D프린팅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GE 항공은 노즐 소형화, 부품 경량화 및 일체화, 복잡한 내부 유로의 단순화 등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제품의 생산비 절감, 25% 중량 절감, 5배 수명 연장에 성공했다.
그 길을 우리도 꾸준히 개척해야 한다. 삼국시대 중 국력이 가장 약했던 신라가 철기군의 고구려와 해상왕국 백제를 이기고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진정한 힘은 150년간 삼한일통을 변함없이 준비해왔던 꾸준함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진국 전자부품연구원 3D프린팅 사업단장 jkshin@ke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