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000달러 아이폰X(텐)을 앞세워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분기 판매량도 1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쳤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가 발생한 2016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그러나 애플의 호조는 일시 현상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다음 달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S9, 갤럭시S9 플러스 출시를 예고한 반면에 애플은 아이폰X를 단종할 예정이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매출 88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인 871억달러를 상회했다. 순이익은 20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신규 아이폰 라인업의 높은 매출을 포함, 사업 다각화로 애플 역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냈다”면서 “아이폰X 실적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었고,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었다”고 자평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에 773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아이폰7 시리즈가 출시된 2016년 4분기보다 약 1% 줄었지만 같은 기간에 판매된 삼성전자 스마트폰보다는 약 300만대 많다. 삼성전자는 7440만대를 판매했다.
2016년 4분기보다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실적이 호전된 건 애플의 매출 호조가 아이폰8과 아이폰X 고가 정책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이폰 평균 판매가격은 797달러로,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 국내에서 최대 163만원에 출시된 아이폰X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애플의 호조가 1분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 아이폰X 출시 효과가 약해지는 반면에 삼성전자는 다음 달 초 갤럭시S9 시리즈를 출시한다.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A8 시리즈도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분기부터 판매량에서 애플을 다시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통상 4분기에 삼성전자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후 분기부터 하락세를 기록했다. 대체로 아이폰 연간 판매량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보다 1억대 정도 적다.
외신을 통해 상반기 중에 애플이 아이폰SE2를 선보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실제 글로벌 출시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갤럭시S9 시리즈 판매량을 상회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작 아이폰SE도 기존 아이폰 시리즈만큼 판매되진 못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일 “대체로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삼성전자가 앞서고 4분기에는 신제품을 출시하는 애플이 앞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애플이 잠시 삼성전자를 추월한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1%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14% 시장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2016년~2017년 삼성전자·애플 스마트폰 판매 추이(단위 : 만대)(자료 :SA 등)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