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혁신 시대에 발맞추고 대응하려면 기술외교가 중요합니다.”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는 “4차 산업혁명 준비가 미흡하면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위험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단순히 뒤처지는 수준이 아니다.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 중 하나”라면서 “덴마크는 변화와 혁신의 시기에 국가 위험을 감소시키는 한편 국가 가치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기술외교로 풀어냈다. 덴마크 외교 전반에 정보기술(IT)과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우선한다는 의미다. 세계 최초로 임명한 '테크 대사(Tech Ambassador)'가 대표적이다.
기술외교 기본 개념은 애플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을 새로운 형태 국가로 본다. 이들 기업이 새로운 국가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매출이 웬만한 국가 GDP와 맞먹고, 전 세계 곳곳에 산재한 인력·지사는 국민·영토와 유사하다.
리만 대사는 “국가처럼 성장한 글로벌 기업이 미치는 영향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테크 대사 업무는 기업과의 우호증진”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을 국가 지위에 맞게 대우해주는 셈이다. 사무국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뒀다.
테크 대사 성과는 크다. 페이스북과 애플이 덴마크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구글도 데이터센터용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전기요금이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데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청정 이미지도 한몫했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는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전력 소비량의 50%를 풍력발전이 맡는다”면서 “2050년까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100% 충당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한국도 글로벌 IT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우호적으로 맺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 간 외교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기업과의 파트너십과 소통, 이해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솔루션과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갖춘 강자”라면서 “글로벌 IT 기업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협력은 문재인 정부가 기치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덴마크도 유연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로 세계 최고 복지국가 반열에 올랐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 일자리 핵심은 '플렉시큐리티'”라면서 “플렉시빌리티(유연성)와 시큐리티(안전성)를 합친 단어”라고 설명했다. 유연성은 기업 입장이다. 노동 유연성을 일컫는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다.
안전성은 노동자를 위한 조치다. 사회안전망이다. 실업급여와 지원정책이다. 일자리를 잃은 국민을 재교육과 재훈련을 통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내보낸다. 정부기관이 맡아 주관한다. 덴마크 국민은 업종이나 직업을 자주 바꾸면서 경험을 쌓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간다.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리만 대사는 “해고를 당해도 두둑한 실업급여가 나온다”면서 “해고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모럴 헤저드(도적적 해이)다. 이를 위해 실업급여를 받는 국민이 일자리를 갖도록 유인책을 마련한다. 세금을 깎아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노동 가능 인력에게 최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물론 노동을 할 수 없는 국민은 국가가 도와준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 사례가 모든 국가의 모범 답안이 될 수는 없다”면서 “정치·사회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에 덴마크 제도를 사정이 다른 나라에서 무조건 복사해서 갖다 붙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표>덴마크 주요 경제지표 증감률(단위:%)
(출처:덴마크 중앙은행)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