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2>창업 초기, 고객의 니즈는 어떻게 파악해야 하나?

창업 초기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당연히 '고객'이다. 고객이 외면한 제품, 고객이 외면한 회사란 영속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 자리매김한 기업은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했다. 특정 제품 하나가 고객의 호응이 덜하다 하더라도, 다른 제품 내지 서비스 등을 통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는 단일 제품 내지 서비스만 갖고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첫 출시 제품의 성패가 곧 창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창업 초기에는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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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런 관점에서 창업자들은 자신의 물건을 구매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일련의 사람을 피상적으로 고객이란 단어 하나로 통칭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특성을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세부적으로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고객을 구분하는 기준 중에는 구매한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최종 사용자(end user)인 1차 고객과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자인(economic buyer) 2차 고객이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한 엔트리 레벨(Entry-level)의 수입차 브랜드는 마케팅 수행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확인한다. 초고가 수입차 시장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각각 별도의 차량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사의 중저가 수입차는 차량 한 대만 보유한 집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된 차량은 대부분 남편이 사용하지만, 실제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사람은 아내였다. 적지 않은 비용이 투여되는 차량 구매 여부를 아내의 동의 없이 결정하는 남편은 없었다. 이 사실을 확인한 회사는 홍보 과정에서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진과 문구 등을 적극 활용, 판매량을 올렸다.

고객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고객은 아니다. 다른 고객에게 구매 기준점을 제시하고 그들의 구매를 독려하는 등대고객(Lighthouse customer)이 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마케팅과 홍보가 어려운 창업 초기, 가장 먼저 공략해야 할 고객은 바로 등대고객이다.

그렇다면 창업 초기 잠재 고객에 대해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객과 직거래할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창업 초에는 자체적인 유통망 내지 판매망을 확보하지 못해 대형 유통사의 힘을 빌려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은 자사 제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 시키고 매출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판매 방식은 고객의 요구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품질 개선을 도모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설문조사와 같은 문헌조사에만 의존하는 방법 또한 위험하다. 설문조사의 경우, 고객이 자기보호 기재가 발현되면 정확한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하곤 한다. 한 세계적인 여성 속옷 브랜드에 따르면, 신상품 기획 과정에서 여성의 기호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때마다 과감한 속옷을 선호한다고 체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판매량은 선호도 조사 결과와 달리 과감한 속옷의 판매량이 훨씬 높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설문조사를 통해 들어나는 것을 주저한 소비자의 자기보호 기재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만난 창업가는 고객의 습성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타깃 고객층에 해당하는 사람을 직원으로 고용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상시 고객의 요구와 습관, 성향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과연 나는 지금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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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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