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액면분할]'대장주'에서 '국민주'로

Photo Image

삼성전자 주식 1주당 가격이 25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아진다.

가장 몸값이 비싼 주식에서 국민 누구나 살 수 있는 주식으로 길이 열렸다.

삼성전자는 31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의했다. 발행주식 1주당 가격이 5000원에서 100원으로 변경됐다. 주가가 250만원이라면 5만원으로 낮아진다. 주식 수는 50배가 늘어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액면분할이 완료되면 주식수는 64억1932만4700주로 늘어난다.

◇주식 접근성↑…주주친화정책 '완성판

주식 액면분할은 자본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발행주식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회사 재산의 변동은 없지만 1주당 주식 가격이 낮아지면서 접근성이 높아진다. 주당 가격이 250만원을 돌파하면서 주식 1주라도 보유하는 것도 어려웠던 문턱이 낮아졌다. 주식 저변과 유동성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개인투자자 비율이 낮았던 것은 밸류에이션이 높았던 것이 아니라 주식 가격이 비쌌던 것이 더 컸다”면서 “주식시장 전반에 유동성이 확대되는 효과로 보면 호재”라고 설명했다.

증시에선 삼성전자 액면분할이 자사주 소각 취득, 배당 등 연이은 주주친화정책의 '완성판'으로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식가치 제고활동에 돌입했다. 자사주 매입 소각, 배당, 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관련해 총 9조2000억원을 들여 지난 1년간 총 4회차에 걸쳐 보통주 330만2000주, 우선주 82만6000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2017년 배당에서도 전년도 배당금액인 4조원 대비 약 46% 늘어난 5조8000억원 전액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보통주 2만1500원, 우선주 2만1550원의 주당 기말 배당을 결의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표했던 4조8000억원 규모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분할된 주식 거래는 5월께 가능

31일 이사회에서 액면분할을 결의했지만 거래에는 다소 시일이 걸린다. 정관 변경 등 구주 회수를 거쳐 변경 재상장해야 한다.

우선 3월 2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변경하고 구주권을 약 한 달 간 제출받는다. 구주권 제출 마감 전일부터 3주간 매매 거래가 정지되고 이 기간 동안 주주를 확정하고 변경 등기를 진행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분할된 주식 재상장 날짜를 5월 16일로 예상했다. 이 기간은 관계기관 협의에 따라 더 짧아질 수도 있다.

김용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장은 “(삼성전자) 매매거래 정지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관계기관 협의해 일정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면서 “과거 액면분할을 했던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주 정도로 매매거래 정지를 단축시킨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당장 액면분할 효과가 개인투자자에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자 지분구조 현황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미만으로 낮기 때문이다.

당분간 주가 상승효과는 지분의 절반 상당을 차지하는 외국인과 국민연금(9.76%) 등 기관투자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증시에 호재, 장기적으로 실적 뒷받침

삼성전자 액면분할 효과는 주주만이 아니라 증시에도 긍정적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액면분할 효과만이 아니라 삼성전자 실적 등 미래가치가 반영됐다. 단순 액면분할만 해서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어렵고 실적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가가 비싸기 때문에 더 오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유동 주식수를 50배 늘린 것도 주가 상승을 더욱 기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액면가 분할 비율이 높을수록 증시 상승효과도 크다는 증시 연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액면분할로 인한 주가 부양은 최소 이번 주에서 최대 이달 정도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에는 펀더멘털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액면분할은 주주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장기적 주식 성과는 기업 실적과 배당 등 자본정책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IBK리서치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1999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액면분할 사례가 있었지만 잠시 주가를 움직이는데 그쳤기 때문에 삼성전자라고 예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