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애플스토어'의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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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영하 15도, 체감 온도 영하 20도의 한파도 애플 마니아의 흥분과 설렘을 막을 수 없었다. 국내 첫 애플스토어(애플 가로수길)가 문을 연 27일, 현장에는 개장 이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선착순 혜택도 없었지만 한파에도 전날부터 밤을 새우는 수고를 자처한 애플 마니아가 한둘이 아니었다. 애플, 그리고 아이폰 마니아의 과도한 애정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애플스토어 문이 열리자 수백명이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며 입장했다. 1297㎡(약 392평) 규모의 매장은 금세 인파로 가득 찼다. 애플스토어를 학수고대한 애플 마니아에겐 오랜 갈증을 해소하는 짜릿한 순간이었음이 분명했다. 애플스토어 개장을 계기로 애플의 최대 약점인 취약한 사후관리(AS)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넘쳤다.

개장 행사에 참석한 앤절라 아렌츠 애플 수석 부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정말 대단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다”라면서 “애플을 사랑하는 한국 고객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애플 마니아의 감동과는 전혀 다른, 삐딱한 시선도 뚜렷했다. 애플에 지나친 환호를 보내고 있다며 못마땅해 하는 것이다. 애플스토어를 개장했지만 애플의 행태가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감은 여전하다. 애플의 우리나라 홀대를 적잖이 경험한 탓이다. 애플은 국내 이용자들에게 영어로 안내문을 제공하곤 했다. 국내 아이폰 출시 가격은 외국과 비교해 고가에 해당한다.

애플 특유의 고집도 마뜩지 않다. 당장 애플스토어 개장과 동시에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애플이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 통상의 가입자 정보 확인 방법과 다른 방법을 요구하고 있어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알다시피 애플스토어는 애플이 운영하는 '또 하나의 애플'이다. 애플스토어는 애플의 철학과 정체성, 조직 문화를 상징으로 보여 주는 결정체다.

애플스토어 개장으로 애플은 마니아들에게 신뢰를 다지고, 애플에 호의를 보이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마니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마음마저 얻는다면 애플과 애플스토어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

앞으로 애플 또는 애플스토어 평가에서 애플 마니아든 아니든 소비자는 저마다 여러 잣대를 들이댈 게 틀림없다. 결국 애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아이폰 마니아도 불편을 토로해 온 AS의 개선만으로 애플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소비자가 무엇을 우선시할 지는 예측불허다.

애플이 애플스토어 개장으로 국내 애플 마니아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개장 행사에 참석한 일부 마니아의 환호가 한국 소비자 전체 평가는 아니다. 애플스토어 개장만으로 애플을 향하고 있는 비판의 화살마저 모조리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애플은 명실공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승자다. 애플이 소수의 마니아에 연연해 하지 말고 한국 소비자 전체를 포용하는 진정한 승자의 미덕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잔칫날에 재를 뿌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애플이 미워서도 아니고 외국 기업이어서도 아니다. 애플의 이익 못지 않게 한국 소비자 이익을 위해 이전과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애플스토어가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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