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총성 없는 글로벌 창업 전쟁, '주식회사 대한민국'과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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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국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세계적인 협업 툴 '슬랙(Slack)'의 성공 뒤에는 역설적이게도 '철저한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던 팀이 자본이 바닥난 한계 상황에서, 우리끼리 소통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며 만든 내부용 메신저가 수십조원 가치의 유니콘으로 거듭난 것이다.

만약 그들이 첫 번째 실패 앞에서 스스로를 패배자로 규정하고 멈췄다면 오늘날의 슬랙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창업 생태계에서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는 한, 실패는 마침표가 아니라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나침반'이자 혁신의 씨앗이 된다.

과거 대한민국을 빈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렸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모델은 이제 유효기간이 다했다. 대기업과 수도권에 성장 과실이 집중되는 'K자형 성장'의 늪에 빠져,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제로섬 게임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딥테크를 앞세우고 중·일이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해 총성 없는 창업 전쟁을 벌이는 지금, 우리는 일자리를 '찾는' 사회에서 혁신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선도형 경제(First Mover)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런 절박한 시점에 정부가 발표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경제의 근본적인 판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가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핵심 동력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오디션 방식을 통한 과감한 진입 장벽 철폐다. 복잡한 서류 작업이나 화려한 스펙 대신,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의 기회를 얻는다. 테크와 로컬 분야를 아울러 역대 최대 규모인 5000명의 인재를 선발하고, 이들 모두에게 초기 활동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은 창업 문화를 우리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매우 실효성 있는 전략이다.

두 번째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신뢰를 주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다. 창업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시더라도 그 경험 자체를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해 주는 '도전 경력증명서'와 '실패 경력서' 제도가 도입된다. 단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낙인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통해 뒷받침하고 재도전을 우대하는 것은, 실리콘밸리 특유의 포용적 생태계를 우리 정책 체계 내에 이식하려는 진일보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국을 촘촘히 연결하는 안정적인 육성 인프라 활용이다. 전체 선발 인원의 70% 이상을 비수도권에서 선발해 지역 곳곳의 숨은 인재를 발굴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가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이미 지역 생태계에 깊이 뿌리내린 지원 체계를 핵심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정책 추진을 위한 가장 견고하고 확실한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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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센터를 중심으로 100여개의 전문 기관이 밀착 보육을 맡고, 21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멘토·자문단이 현장에 투입된다. 과거 삼성전자에서 수십년간 기획 업무를 수행하며 국가와 기업 간 생존을 건 치열한 기술 전쟁을 몸소 겪었던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처럼 검증된 인프라가 창업가의 뒤를 받쳐준다는 것은 현장에서 가늠할 수 없는 큰 힘이 된다.

이 사업은 단순히 보조금을 나눠주는 시혜성 정책이 아니다. 정부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파트너가 되어 국민이 짊어진 도전 리스크를 함께 나누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500억원 규모의 '창업 열풍 펀드'와 최종 우승자를 위한 파격적인 투자 지원은 그 의지를 실현할 든든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가치는 평범한 국민과 학생 가슴속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불씨를 지피는 데 있다. 최근 우리 청년이 겪는 무기력함이나 세대 간 갈등 또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타인의 불편함을 해결하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꿔가는 '창업'이라는 능동적인 경험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한정된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수동적 '구직자'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 마인드로 무장하는 것이야말로 불확실성 시대를 돌파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니다”라는 존 셰드의 격언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책상 서랍 속 묵혀두었던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금 바로 오디션 무대의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내일을 밝힐 새로운 유니콘의 주인공, 바로 당신이 될 수 있다.

한인국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nzelking@cce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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