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스마트폰 시장은 파격적 형태 변화보다 디자인·기능 일부 변화가 트렌드였다. 스마트폰 테두리가 거의 없는 베젤리스 스마트폰이 주류로, 인공지능(AI) 음성비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플래그십·보급형 구분없이 생체인식과 모바일결제시스템(페이) 기능 대중화가 실현됐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고, 화웨이는 중국·유럽·일본 등에서 꾸준히 강세를 보이며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반면에 LG전자는 턴어라운드에 실패했다. 애플은 '아이폰 게이트'로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14억 인구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9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이변도 속출했다.
◇베젤리스·AI 등장
베젤리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서비스 대중화 포문은 삼성전자가 열었다. 갤럭시S8은 18대9 비율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와 빅스비를 탑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주도했다. 베젤리스 디자인과 빅스비를 계승한 갤럭시노트8은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설문조사에서 '2017년 최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등극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베젤리스 디자인과 AI비서를 갖춘 G6를 선보였지만, AI비서 한국어 지원이 미뤄지고 전체 판매량이 고전하면서 주목받지 못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에 베젤리스 디자인을 적용, 시장 트렌드를 따랐다.
◇생체인식·페이 대중화
생체인식과 페이 기능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전용 기능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진 해였다. 삼성전자는 준프리미엄급 갤럭시A 시리즈에 삼성페이를 탑재했고, LG전자도 저가폰 X4플러스에 LG페이를 추가했다. 지문인식 기능은 20만원대 스마트폰까지 적용되면서 대다수 스마트폰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진화했다. 제조사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3D 얼굴인식, 목소리인식, 홍채인식 등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적용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중국 시장 성장률 둔화
14억 인구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주춤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2009년 48%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100%대 성장률을 달성했다. 2015년 한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더니 결국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9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글로벌 제조사가 10년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제조사가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다. 3세대 제조사의 세대교체가 늦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성장곡선이 꺾였다는 것은 중국이 아닌 새로운 신(新) 시장 개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화웨이 '맑음'··· LG전자·애플 '흐림'
2016년 10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겪으며 위기에 직면했던 삼성전자는 1년이 채 안돼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해 3분기 애플 안방인 북미 지역과 아시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왕좌를 지켰다. 늦더라도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게 결과로 이어졌다. 화웨이는 P9 글로벌 1000만대 판매를 기반으로 P10 시리즈가 유럽·일본 시장에서 흥행하는 등 글로벌 시장 강자 면모를 보였다. 미국 이동통신사와 협상을 통해 현지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등 세계 2위 도약 가능성을 확인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흑자전환에 실패하며 지난해 7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파생폰 전략을 펼쳤지만, 흥행작을 배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애플은 고의적 아이폰 성능 저하 업데이트 사실이 발각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폰X은 조기 단종설까지 휘말리면서 전락했고, 애플의 이미지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유진투자증권은 “아이폰X은 역대 최고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전예약 완판과 초도 물량 품귀현상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아이폰X 판매량은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최근 불거진 아이폰 게이트로 인한 배터리 교체 등이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