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벌써부터 에어컨 시장을 잡으려는 업체 간 경쟁의 불이 붙었다. 에어컨 제조업체들이 차별화 성능을 앞세워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독자 기술을 탑재, 더욱 똑똑한 에어컨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에어컨 제조업체 간 신제품 출시 열기가 한겨울 추위를 잊게 할 정도로 후끈거리고 있다. 올 한 해 에어컨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이 1월에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면서 본격 경쟁 체제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AI와 음성 인식 비서 '빅스비'를 적용한 2018년형 '무풍 에어컨'을 출시했다. 삼성전자 대표 에어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무풍 에어컨'에 AI 기술을 접목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생활 패턴을 파악한 맞춤형 냉방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 점점 진화하고 있는 학습 능력으로 사용자가 선호하는 온도,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LG전자는 AI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휘센 씽큐 에어컨'을 출시했다. 씽큐는 LG전자가 올해부터 전 가전 라인에 적용하고 있는 브랜드로, 독자 개발한 AI 플랫폼 '딥씽큐'를 탑재했다. 지난해 2종의 제품에만 AI를 탑재했지만 올해는 AI 적용 모델 10종을 포함, 총 37종의 신제품을 내놨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캐리어에어컨도 이달 에어컨 출시 경쟁에 가세했다. 냉·난방 시스템 설비를 효과 높게 제어하는 빌딩 인텔리전트 솔루션 기술력을 가정용 에어컨에 적용, 기업간거래(B2B) 시장 노하우와 경험을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제품 개발에만 1000억원을 투자,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다양하게 구현했다. AI 스마트 공기청정, 빅데이터 기반의 사용자 패턴 분석이 대표 사례다. 캐리어에어컨은 미국 전자·항공기부품 자재 생산 기업 UTC그룹의 인력과 기술력을 공유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경쟁하며 올해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여름 더위를 앞두고 에어컨 구매 수요가 급증한다는 것을 소비자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를 고려, 겨울이나 봄 등 에어컨 비성수기 때 미리 에어컨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에어컨 시장 최대 화두는 AI 플랫폼이다. 제조사마다 독자 기술의 AI 플랫폼을 에어컨에 탑재한 만큼 에어컨 경쟁 뒷면에는 AI 플랫폼 '전쟁'이 자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AI가 더 똑똑하고 사용자 말을 잘 듣는지가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부터 탑재해서 기술력을 확보한 '빅스비'를 에어컨에 적용했다. 아직까지 AI 기술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두 가지 이상의 복합 명령도 알아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더운 날씨에 요리를 해서 집안에서 냄새가 난다면 “냉방하면서 청정해 줘”라는 말로 냉방 기능과 공기청정 기능을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 집안 환경, 사용자 연령대 등 조건을 바탕으로 기능을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합한 냉방·청정 기능을 추천하기도 한다.
LG전자도 독자 개발한 AI 플랫폼 '딥씽큐'를 에어컨에 탑재했다. 딥씽큐는 딥러닝(기계학습) 기술 기반으로 작동한다. 사용자 언어 사용 패턴을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 할수록 인식률이 높아진다. LG전자는 지역별로 다른 억양 데이터도 대거 확보, 사용자가 사투리로 명령해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AI 스피커로도 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연결성'도 LG전자 에어컨의 강점이다. 구글 아마존, 네이버, SK텔레콤, KT 등이 선보인 AI 스피커와도 모두 연동할 수 있다.
캐리어에어컨은 'AI 마스터'라는 독자 플랫폼을 적용했다.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실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이 핵심이다. 실내 온도, 평균 복사온도, 기류 속도, 상대 습도 등 환경을 분석할 수 있다. 스스로 집안 공기 상태를 파악, 오염 정도에 따라 청정 기능을 자동 조절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에어케어 기능, 집안 공기 상태, 우리 동네 날씨, 대기 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8일 “AI로 구현하는 업체별 기능은 유사하지만 음성 인식 정도와 정확한 제어 기술 등에서 사용자가 체감하는 성능은 다를 것”이라면서 “에어컨 시장을 주도하면 AI 플랫폼 경쟁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