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뭘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윤주열 에이에스엔 대표는 주력 사업을 묻는 질문에 난색을 표했다. “배달, 운전, 세탁처럼 분야가 정해진 회사와 달리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윤 대표는 재능, 지식, 시간, 경험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애니맨를 운영하고 있다. 애니맨은 고객용과 헬퍼용 두 가지로 나뉜다.
고객용은 헬퍼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 쓴다. 부탁 범위에 제한이 없다. 반려견 산책, 간단한 배달, 심부름을 맡기는 것은 기본이다. 콜라 한 병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결혼식 축의금 전달이나 새벽에 바퀴벌레를 잡아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외국인 친구가 놀러왔을 땐 통역 전문 헬퍼를 구해 온종일 함께 다닐 수 있다.
고객은 직접 헬퍼를 고를 수 있다. 주문을 넣으면 주변 헬퍼들이 공개 입찰 방식으로 참가한다. 가격과 헬퍼별 평판, 이력을 검색해 입맛에 맞는 헬퍼를 부르면 된다. 윤 대표는 “고객, 헬퍼 간 매칭이 불발되는 비율이 전국 평균 15% 수준”이라며 “서울과 같은 대도시일수록 매칭률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애니맨은 자체 심사를 진행, 헬퍼를 뽑는다. 고객과 헬퍼 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헬퍼는 앱에 사진,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주소, 실거래계좌를 등록해야 한다. 애니맨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믿을 만한 사람인지 판단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내역까지 살핀다.
현재 2만명이 헬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미션을 완료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윤 대표는 “지난해 5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지체장애인이 헬퍼로 등록된 뒤 매달 150만원씩 번다”며 “일반 회사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도 기본 의사소통만 가능하면 애니맨 헬퍼로 활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운 겨울 폐지 줍느라 고생하는 노인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전했다.
윤 대표는 행복을 사업 최우선 가치로 꼽는다. 고객은 도움을 받아 기쁘고 헬퍼는 돈을 벌어 만족하는 플랫폼을 꿈꾼다. 애내맨은 이 같은 바람에 이미 근접했다. 고객 6000명이 헬퍼에 대한 평가를 내린 결과 95%가 만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에스엔은 2014년 8월 설립됐다. 애니맨을 2016년 4월 선보였다. 같은 해 10월 매칭 건수는 416건이었다. 지난해 12월 6000건을 돌파, 1년 새 10배 넘게 성장했다. 매출도 지난해 1분기 600만원에서 4분기 1억1000만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20억원 상당 투자도 유치했다.
윤 대표는 “올해 중 기업간거래(B2B) 전용 앱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해외 교민 대상 사업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를 늘리긴 어려워도 만들긴 쉽다”며 “고용이나 창업 못지않게 연결과 공유를 통해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