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퀄컴의 NXP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NXP가 갖고 있는 근거리통신(NFC) 표준필수특허(SEP)·시스템특허 제3자 매각 등이 조건이다. 유럽연합(EU), 중국 경쟁당국도 조만간 두 업체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퀄컴의 NXP 인수 건을 심사한 결과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발생 우려가 있어 시정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미국에 본사를 둔 퀄컴은 2016년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의 영업을 양수하는 계약을 맺고 이듬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퀄컴은 모바일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베이스밴드 칩셋'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NXP는 NFC 칩, 보안요소 칩·운용체계(OS)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퀄컴이 NXP를 인수하면 NXP의 기존 NFC 특허 라이선스 정책을 변경해 관련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퀄컴은 칩셋이 아닌 기기 단계에서 포괄적으로 특허 라이선스를 제공하며, 경쟁 칩셋 업체에는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NFC 특허 라이선스 정책이 변경되면 경쟁사에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고 자사의 NFC 칩 구매자에 대해서만 특허우산을 구축,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수 있다”며 “퀄컴의 기존 특허 포트폴리오에 NFC 특허가 포함돼 로열티가 인상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NXP가 보유한 NFC 특허(SEP, 시스템특허)를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했다. 대신 다른 NFC 특허는 인수를 허용했다. 다만 특허권을 무기로 한 소송을 금지하고, 종전 NXP 영업정책대로 무상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퀄컴이 보유한 NFC 특허는 경쟁제한 행위를 금지했다. NFC의 SEP와 관련 칩셋 판매와 라이선스를 연계하지 않도록 했다. 경쟁사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프랜드(FRAND)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결합 당사회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 간 상호호환성 저해 행위를 금지했다. 또한 경쟁사나 구매자가 요청하면 현재의 라이선스 조건과 동등하게 마이페어(MIFARE) 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마이페어는 대중교통 승차, 출입관리 등에 사용되는 NXP의 인증기술이다.
이번 공정위의 조건수 승인으로 퀄컴의 NXP 인수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 등은 이번 건이 혼합결합(관계가 없는 업종 간 결합)이라고 판단, 일찌감치 인수를 승인했다. 우리나라에 앞서 일본도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조만간 EU, 중국도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건에서 경쟁제한성 판단, 시정조치 설계 과정에서 EU 집행위원회, 일본 공정취인위원회와 긴밀히 공조했다”며 “4차 산업 분야 확대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기업결합 건을 앞으로도 면밀히 심사해 경쟁제한 우려를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과 NXP 라이선스 정책 비교(자료:공정거래위원회)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