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로봇을 투입하는 원칙은 안정성, 새로움, 유용성 등 세 가지입니다.”
대전 KAIST 휴보랩에서 만난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겸 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 총감독은 인터뷰 내내 이 세 가지를 강조했다.
오 교수는 한국 최초 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한 로봇 공학자다. 휴보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성화 봉송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오 교수는 10년 넘게 휴머노이드 개발 외길을 걷고 있다.
“처음에는 총감독직 제의를 고사했습니다.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에는 시간과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오 교수는 지난 2016년, 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 총감독으로 위촉됐다. 그가 처음부터 제의를 수락한 것은 아니었다. 로봇이 올림픽에서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세계 눈과 국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를 총괄하는 총감독 책임은 막중하다.
그는 대회에 필요한 로봇을 파악해 이에 맞는 로봇을 공급할 국내 기업을 연결시켰다. 또 실전에서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선별하고 배치했다.
오 교수는 로봇을 선별하고 투입하는 기준은 세 가지라고 소개했다.
그는 “첫 번째로 망신당하지 말자. 고장 나거나 오작동하는 로봇은 탈락시켰다”며 “기존 로봇과는 새로운 기능을 보여줘야 하고, 실제 현장에서 쓰일만 한 활용성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충족하기 쉽지 않은 기준이다. 오 교수의 고심이 깊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봇은 변수에 취약하다. 제한된 환경에서나 안정적으로 구동한다. 실전에서는 각종 돌발 변수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유사시 로봇을 관리할 전문 인력이 상주할 방침이다. 로봇마다 특화 콘텐츠를 개발, 탑재하는 문제도 오 교수를 괴롭히는 고민 중 하나다.
11종 85대 국산로봇이 현장에 투입된다. 로봇은 주먹구구식으로 배치하지 않는다. 기능과 용도를 고려해 적재적소에 투입한다. 외신 기자가 모이는 프레스 센터에는 음료 서빙 로봇을 투입한다. 휴보는 공항과 VIP 공간에서 꽃다발 전달과 접객에 나선다.
오 교수는 “올림픽은 일종의 데모데이”라며 “로봇마다 특색을 살린 이벤트를 마련해서 세계에 국산 로봇을 알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회 준비는 막바지 단계다. 오 교수를 포함해 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은 총 5명이다. 생산기술연구원 로봇PD를 지냈던 박현섭 KAIST 교수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인력이 실무를 담당한다. 대회 개막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로봇지원단은 로봇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