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2>적폐를 숨기는 비겁함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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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할 때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 저녁 식탁에서도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아들이 반격한다. “그럼, 엄마 아빠는 식사 중 TV 시청 금지.” 망치에 맞은 듯 머리가 띵했다. 아들 문제만 보고 막상 내 실수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치사한 걱정이지만 식사시간에 맞춰 방영하는 뉴스와 드라마도 걱정이다.

언론인, 교수, 공무원, 군인 등 말과 행동이 사회 및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리더라 일컫는다. 그리고 리더의 기본 요건은 성실과 능력이다. 구태여 하나를 보태라면 '거짓 없는 투명함', 즉 억지로 만들어 내지 않는 진실함을 말한다. 불투명한 리더가 주도하는 미래는 견고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불투명함이 무너뜨린 성수대교, 와우아파트, 삼풍백화점, 세월호 등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더의 투명함이 비겁함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글재주를 펼치고, 옳지 않음을 알고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영상을 방송하는 언론은 비겁하다. 보도해야 할 사건보다 청탁 기사를 먼저 다루는 모습은 비겁함의 극치다. 역사 속에 묻히는 백지 광고나 해직 기자의 기개를 부활시키지 않으면 사회를 선도하는 언론의 역할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정책과 규정은 우선시하면서 국민에게는 지키라며 우격다짐하는 공무원, 자신의 상관에게는 '묻지 마 충성'을 하고 부하에게는 갑질하는 군인, 학생들에게 군림은 하지만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교수는 비겁하다. 눈치로 하루가 긴 리더에게 투명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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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보복이 두려워서 말을 삼가는 리더도, 청탁을 받고 말하는 리더도 비겁함을 버려야 한다. 대가성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리더는 비겁함이 가중될 뿐이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비겁함을 가리기 위해 또 다른 비겁한 행위가 자행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행위가 적폐를 만들어 내는 주범이 되고 있다. 적폐 청산에만 열중할 뿐 쓰레기 더미가 쌓이는 일은 방관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다.

비겁함으로부터의 탈출은 비겁함을 만드는 원인 봉쇄와 스스로 비겁함을 버리는 용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건을 겸비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투명함이 존중되는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솝 우화 '해와 바람'에서 강제로 할 수 없는 일이 응원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처럼 불투명함에다 벌 주는 일보다 투명함에다 상 주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또 비겁함의 원인을 제공하는 강압과 보이지 않는 압박만을 제거해도 비겁함의 절반은 사라진다. '감사와 규제'로 공무원을 억압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국가 지도자는 고민해야 한다. 한편에선 적폐 청산을 위한 호루라기를 불고, 또 다른 한편에서 연일 쓰레기를 쌓아 올리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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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회안전망(SNS) 등의 도구를 이용해 숨겨진 것들을 낱낱이 드러내서 세상을 밝게 할 것이다. 비겁함이 만들어 낸 폐해도 예외는 아니다. 비겁함보다는 투명함을 우선시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새로운 미래의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 적폐는 한 사람의 지도자가 강력하게 추진한다 해서 청산되지 않는다. 스스로가 자신의 적폐를 폐기하는 용기와 이를 인정하는 사회가 있어야 한다. 리더의 비겁함이 없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는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힘들여서 외면하지 않도록 기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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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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