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코발트가 분쟁광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발트가 분쟁광물 규제를 받게 될 경우 수급에 차질이 생겨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 배터리 제조사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책임있는 광물 이니셔티브(RMI: 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연례 콘퍼런스에서는 분쟁광물 규제 대상 광물과 지역을 인도네시아 주석, 콜롬비아 텅스텐, 구리, 다이아몬드, 알미늄, 철, 코발트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분쟁뿐만 아니라 아동 학대, 강제 노동, 인권 유린 노동을 규제 범위에 포함하면서 개념이 분쟁과 무관한(Conflict-Free)에서 책임있는 광물(Responsible minerals)로 확대되는 추세다.
RMI는 글로벌 전자기업의 사회적 책임연대인 전자산업시민연대(Electronics Industry Citizenship Coalition, EICC) 산하 분쟁광물 규제 대응 관련 워킹그룹이다. 지난해 11월 CFSI(Conflict-free sourcing initiative)에서 RMI로 명칭을 바꿨다.
분쟁광물 규제는 분쟁국 무장그룹 자금원을 차단해 분쟁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중앙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와 그 주변국에서 생산되는 4대 광물(주석, 탄탈륨, 텅스텐, 금)이 대상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분쟁광물 규제를 실시하는 미국은 2012년 금융규제개혁법 1502조에 근거해 미국 상장기업과 그 공급사는 분쟁광물을 이용해 제품을 제조할 경우 분쟁광물 원산지 정보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매년 5월 말까지 보고해야 한다는 규칙을 제정했다.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세계 매장량 절반이 몰려있다.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내 열악한 노동 환경에 관한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코발트는 분쟁광물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공급망 사회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업계에서는 코발트가 분쟁광물로 지정될 경우 수급이 더욱 어려워지고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발트 가격은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 증가와 함께 연초 파운드(lb)당 14.98달러에서 현재 31.48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광물 수급 이력을 추적해 보고해야해 부담이 늘어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입 규제 명분으로 작용하거나 비정부기구(NGO) 압력으로 평판이 실추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가 글로벌 IT기업에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동 노동과 인권 침해에 대해 폭로한 이후 일부 전자제품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가 코발트 공급망 실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공개하며 대응하고 있다.
분쟁광물공급사슬연구회를 운영하는 임석철 아주대 교수(한국SCM학회 이사장)는 “코발트는 세계 매장량에 50% 가량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집중돼 있는데 분쟁광물 규제에 포함될 경우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한국 기업에게 분쟁광물 이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날벼락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