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치매 정복 어디까지 왔나...조기 진단·예측 기술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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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질병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 비용을 증가시킨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로 인한 사망자는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망원인통계 자료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사망자수는 지난해 9164명이었다. 10년 전보다 114.1% 증가했다.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치매 환자도 늘고 있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는 2030년에는 127만명으로 늘어나고 2050년에는 약 271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치매 국가 책임제'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치매는 정말 극복할 수 없는 질병인가. 치매는 '노년의 비극' 또는 '21세기의 천형'으로 여겨진다. 아직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신약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예측해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기술을 계속 개발되고 있다. 치매의 원인과 조기 진단·예측 기술, 신약개발 동향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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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는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치매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 미리 최적화된 방식으로 예방인자를 실시간으로 관리해 사전에 발병을 차단하거나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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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는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치매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 미리 최적화된 방식으로 예방인자를 실시간으로 관리해 사전에 발병을 차단하거나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의 50~75%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인지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이다.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변형돼 뇌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서서히 인지기능장애가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료가 빠를수록 효과가 높고 병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신약 개발사들은 알츠하이머병 주요 기전으로 예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 감소 약물 개발에는 실패했다. 현재 허가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5개 있지만 근본 치료가 아니라 질환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데 불과한 약들이다.

치매 연구는 조기 진단 및 예측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 미리 예방인자를 관리해 사전에 발병을 차단하거나 늦추자는 것이다.

치매 진단 방법은 의사의 문진과 다양한 신경심리 검사가 있다. 정확도가 높은 진단 방법으로는 뇌척수액(CSF)을 채취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양적변화, 타우 단백질의 인산화 및 양적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영상 기술도 활용한다. 하지만 반복 검사가 어렵고, 검사비용이 비싸 저소득 계층이 활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이에 혈액진단과 같은 간편하고 값싼 조기 진단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묵인희·이동영 서울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 발병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확진을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라는 고가의 뇌영상 검사를 해야 했다. 어느 정도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진행하는 검사다. 조기 진단은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혈중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안정되게 측정하기 위해 새로운 전처리 물질인 'MPP'를 개발했다. 또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혈액 바이오마커를 새롭게 발굴했다.

혈액 MPP 전처리를 이용한 베타아밀로이드 측정과 혈액 단백질 바이오마커 4종 및 혈액인자 4종을 조합하면 알츠하이머 발병 여부를 약 90% 수준의 정확도로 조기 진단할 수 있다.

임현국·강동우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주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침착되면 '기능적 동기화'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능적 동기화'란 특정 뇌영역의 기능적 유사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특정 뇌 영역의 신경활성도를 나타낸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원인 물질로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10~15년 전부터 침착된다. 서로 떨어진 뇌 사이에 기능적 연결성이 바뀐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특정 뇌영역 내에서 기능적 동기화에 따른 변화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 없었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단장 이건호)은 65세 이상 남녀 1044명을 대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정밀 분석한 뇌지도를 완성했다. 이를 토대로 치매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내년 초 상용화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연구단은 미국의 알츠하이머 전문 연구기관 '미국 알츠하이머병 유전학 컨소시엄'(ADGC)과 업무협약을 체결, ADGC가 확보한 3만여 명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치매 예측기술 타당도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이 치매 위험 예측과 조기 진단에 유용하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치매 환자와 일반인을 분류하는 정확도가 91.02%인 치매 진단용 자기공명영상(MRI) 분석 AI기술을 개발했다. 또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기 2년 전에 발병 여부를 84%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AI PET 진단기술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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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전국치매 역학조사에서 나타난 치매유형별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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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6년 10년간 치매 사망률 추이.(보건복지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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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이 제시한 '치매국가책임제 실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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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6년 치매질환의 성별 사망률 추이(보건복지부 자료).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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