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예산 편성 권한 일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기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심사가 난항이다.
500억원 이상의 R&D 예산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을 과기정통부로 넘기는 것이 골자다. 기획재정부의 성역이던 지출 한도 설정 권한도 R&D 예산에 한해 과기정통부와 나눠 갖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과학기술 거버넌스 혁신'의 핵심이다. 신설된 과기정통부 소속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제 역할을 할지도 법안 통과 여부에 달렸다.
그동안 기재부가 국가 R&D 사업 예산 예타에서 전권을 행사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R&D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가 핵심 국정 과제로 국가 R&D 사업 예산 예타 권한 이관을 담은 배경이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처음엔 기재부의 반발이 심했다. 간신히 부처 협의를 마치고 나니 더 넘기 어려운 '정쟁'이라는 벽 앞에 섰다.
야당은 당별 입장차가 있지만 대체로 원안 통과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R&D 예산 편성 권한을 지금처럼 기재부가 쥐고 있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국민의당은 내부 온도차가 있다.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의원도 있지만 기재위 간사인 김성식 의원이 “예산지출 한도 설정 권한을 넘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선수가 심판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지금까지는 다른 종목의 심판이 주심을 보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
예산 예타 업무를 과기혁신본부로 이관해도 기재부가 최종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한다는 중재안을 이미 두 부처가 수용했다. 과기부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여야의 의견 충돌이 국가 R&D 체계 발전을 위한 진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것인지 묻고 싶다. 국회는 하루 빨리 R&D 예산권의 진짜 주인을 찾아야 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