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팀이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충전 용량을 45% 향상시키면서도 충전 속도를 5배 이상 빠르게 하는 배터리 소재 '그래핀 볼'을 개발했다. 고속 충전 기술을 이용해 기존에 1시간 걸리던 배터리 완전 충전 시간을 12분으로 단축하면서도 고온 안전성을 갖춰 전기자동차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상용화하면 현재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충전 용량은 높이고 속도는 향상시킨 그래핀 볼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손인혁·두석광 연구원팀은 강도와 전도도가 높은 그래핀을 배터리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다가 저렴한 실리카를 이용, 그래핀을 팝콘 같은 3차원 입체 형태로 대량 합성하는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이 '그래핀 볼'을 리튬이온전지 양극 보호막과 음극 소재로 활용하면 충전 용량이 늘어나고, 충전 시간을 단축시킨다. 충전 속도가 빨라져도 고온 안전성까지 만족시켰다. 그래핀 볼을 사용하면 전기차용 배터리가 요구하는 온도 기준인 섭씨 60도까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1991년에 최초로 상용화된 이후 모바일 기기와 전기차 등으로 적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시장이 성장 추세에 있다. 그러나 성능 개선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용량 증가도 쉽지 않고, 충전 시간은 여전히 1시간 이상 걸린다. 새로운 혁신 소재를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래핀이 차세대 소재 가운데 대표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개발한 '그래핀 볼' 관련 기술에 대해 미국과 한국에 특허 두 개를 출원했다. 상용화 기술까지 후속 연구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논문 제1저자인 손인혁 전문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다기능 고결정 그래핀 복합 소재를 값싸게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리튬이온전지의 여러 특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면서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이차전지 기술을 지속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삼성SDI와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온라인에 '그래핀 볼을 이용한 고속 충전 및 고용량 리튬이온전지 구현'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 그래핀이란
흑연에서 벗겨낸 얇은 탄소 원자막. 물리·화학 안정도가 높아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에서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4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어 급속 충전용 꿈의 소재로 꼽힌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