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물량 밀어내기' 혐의 현대모비스의 자진시정안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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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자진시정안'을 내놨지만 공정위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현대모비스는 다수 대리점에 자동차 부품 구입을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조만간 사건을 심의해 현대모비스의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강력한 제재'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의 거래상 지위 남용 사건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를 심의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동의의결제는 법 위반 혐의가 있는 사업자의 위법성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자진시정·피해보상으로 대신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자진시정안이 대리점 피해구제, 구입강제(밀어내기) 근절을 위한 효과적 방안으로 보기 곤란하다고 판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기각한 것은 이번이 역대 세 번째 사례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당초 제시한 자진시정안을 다시 보완해 제출했지만 종전과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면서 “이번 기각 결정으로 본안 사건 절차가 개시돼 법 위반 여부, 제재수준 등을 심의하기 위한 전원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2010~2013년 국내 정비용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에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설정했다. 현대모비스의 전국 23개 부품 사업소 직원은 목표 달성을 위해 '임의 매출', '협의 매출' 등 명목으로 부품 대리점에 정비용 자동차 부품을 일방적으로 할당하거나 구입을 요구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런 행위가 '구입 강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하면서 대리점 피해 구제,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한 자진시정안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기업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것은 스스로도 일정 부분 위법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 피해 구제를 위해 △동의의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피해 보상 △상생 기금 100억원 추가 출연 등을 제시했다. 본사와 대리점 간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전산 시스템 개선('협의 매출'을 반품 사유에 추가) △'협의 매출'을 한 직원에 대한 징계 규정 제정 등을 내놨다.

공정위는 자진시정안이 미흡하지만 다시 개선된 시정안을 제시하겠다는 현대모비스 의사를 반영해 재차 동의의결 개시 여부를 심의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의 최종 자진시정안은 대리점 피해, 구입강제 행위 재발을 막기에 불충분 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후생지원 방안도 상당수가 이미 시행 중인 내용”이라며 “대리점 피해 구제나 구입 강제 행위 근절·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현대모비스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확정한다. 김상조 위원장이 강력한 제재로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제재 수위가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거래상 지위 남용'은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이 가능하다. 검찰 고발 시 위법성이 인정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