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미국 망중립성 폐지 국내반응 '통신vs인터넷' 엇갈려

국내 통신사는 미국에서 망 중립성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망 중립성 폐지 본질이 '네트워크 투자비 회수'를 돕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국내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향후 망이용 대가 협상 테이블에서 좋은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상호접속제도가 변경되면서 콘텐츠사업자(CP)로부터 망이용 대가를 더 받아내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망 중립성 폐지는 통신사 논리에 힘을 실어준다. 한국에서 망중립성이 폐지되지는 않더라도 네트워크 투자비 회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 정책이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미국 망 중립성 폐지 움직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환영했다.

인터넷업계는 미국발 망 중립성 폐지가 당장 국내 인터넷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2015년 법제화 시점 이전으로 후퇴하는 것이 당장 인터넷 사업자 차별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는 현 정권이 망 중립성에 우호적 기조를 보여 당장 국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국내에는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고 현 정권 기조도 망 중립성 폐지를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이미 계약 과정에서 국내 통신사가 인터넷사업자보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글로벌 서비스 의존도가 심화할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거대 인터넷사업자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빠른 속도와 높은 화질로 서비스·콘텐츠를 제공한다. 국제 상호접속체계나 무역 분쟁 가능성을 고려하면 글로벌 인터넷사업자에 무턱대고 망사용료 인상을 강제하기 어렵다. 반면 국내 사업자는 국내 통신요금체제 변화에 즉각 영향을 받는다.

중소인터넷기업과 스타트업 성장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자금이 부족한 소규모 초기 사업자는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거대 사업자보다 느린 속도와 화질로 경쟁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산업에서 대기업을 제외한 신규 사업자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박재천 인하대 교수는 “망 중립성은 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보장돼 있어 변경이 용이하다”면서 “통신사의 삼성 스마트TV 차단 사례처럼 인터넷사업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위험성이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