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농단 세력'을 놓고 설전을 벌이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나란히 운명의 칼날위에 섰다.
전 전 수석은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롯데홈쇼핑이 방송 재심사를 전후한 2015년 e스포츠협회(KeSPA)에 3억원 규모의 대회 후원금을 내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에 관여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전 전 수석은 검찰 출석에 앞서 “전직 비서관의 일탈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어떤 불법에도 관여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이미 윤 모씨 등 전 전 수석 측근과 협회 사무총장 등 임원을 구속했다. 3억원 가운데 1억원을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횡령하고, 협회 법인카드를 유용해 1억여원을 쓴 혐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전 전 수석이 묵인 또는 관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3자 뇌물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전 전 수석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게임·e스포츠 진흥 정책에 적극 활동했다. 게임캐릭터 코스프레를 직접 하는 등 게임에 친숙한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리며 업계에서 '갓병헌'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전 전 수석은 e스포츠협회 회장·명예회장을 지냈다. 최근에도 국제 e스포츠연맹(IeSF) 회장직으로 있다. 전 전 수석이 조사를 받으면서 KeSPA, IeSF를 중심으로 추진해 오던 e스포츠 체육화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KeSPA, IeSF는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표 파견, 대한체육회 재가맹 등을 추진해 왔다.
e스포츠 방송사 관계자는 “전 전 수석이 무혐의로 결론 나더라도 일부 인사들이 협회를 사유화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빠른 시일 내 협회를 정상화할 방침이다. KeSPA는 최근 사과문을 발표하고 KeSPA컵을 개최하고 있다. 협회는 연간 행사로 KeSPA컵을 비롯해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를 운영한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도 위기에 봉착했다. 안팎에서 사퇴 압박이 거세다. 여 위원장의 임기는 2018년 4월까지다. 여 위원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전 전 수석을 언급하며 '확률형 아이템 4대 농단 세력'으로 규정했다. 국감 이후 여 위원장이 이 사안에 대해 발언하면 문체부가 반박 자료를 내며 맞서 왔다.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연임이 어려워졌다. 게임위 직원들의 동요도 일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공공문화예술체육지부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여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게임 생태계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명확한 증거 제시도 없이 정황과 의혹만을 주장하는 등 기관의 수장으로서 전혀 걸맞지 않은 언행을 일삼았다”면서 “자진 사퇴를 기다렸지만 게임위 임직원 간담회에서조차 자기 합리화와 변명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