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다.'
문재인 정부 6개월에 즈음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내심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산업과 통상에 에너지 정책까지 총괄하는 부처 특성과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방향 전환으로 산업부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로 촉발된 탈원전 공방이 시작이었다. 산업부는 하루 아침에 원전 수호자에서 원전 방관자로 탈바꿈해야 했다. 공론화 결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로 한숨은 돌렸지만, 최근 포항 지진으로 탈원전 정책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반핵단체 요구에 직면했다. 고민은 계속된다.
통상도 매일 전쟁이긴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기간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돌출 발언은 없었지만, 개정협상을 서둘러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하지만 1차 공청회는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산업부는 조만간 농축산을 비롯한 업계 간담회와 2차 공청회를 다시 연다. 미국과 협상에 앞서 국내 협상(?)부터 칼바람이다.
남은 것은 산업정책이다. 산업부는 연내 혁신성장 로드맵과 업종별 대책을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10년 이상 끌고 갈 국가 산업정책의 큰 틀을 만들길 기대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혁신'에만 몰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조건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주력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주력산업의 생태계부터 냉철하게 따져볼 일이다. 주력산업의 아픈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것도 이전과는 다른 '혁신성장' 정책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