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융합망을 둘러싼 공방 가운데 눈여겨볼 것은 '멀티 프로토콜 라벨 스위칭'(MPLS)의 두 가지 방식인 MPLS-TP와 IP/MPLS를 둘러싼 공방이다. MPLS-TP 기술은 외산·국산 업체가 모두 보유하고 있지만 IP/MPLS는 외산 업체에만 있다. 국내 업체가 IP/MPLS 기반 장비를 개발했어도 외산 업체와 경쟁할 수준은 아니다.
이에 국산 업체는 MPLS-TP, 외산 업체는 IP/MPLS 위주로 각각 시장을 공략한다. MPLS-TP 기반 장비는 공공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그러나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해 공공기관이 IP-MPLS 장비 도입을 늘리는 추세에 있다.
MPLS 관련 경쟁이 이슈화된 것은 올해 마무리된 부산지하철 1호선 철도통합망(LTE-R) 사업에서다. 전송 장비 도입 과정에서 MPLS-TP와 IP/MPLS 기술을 둘러싸고 국산·외산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당시 국내 통신업계는 MPLS의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 지정을 위해 노력했고, 결국 중소기업청의 지정을 끌어냈다. MPLS 사업을 할 때는 국산 기술인 MPLS-TP 기반 장비를 도입하도록 하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5호선 디지털 전송설비 구매 설치 사업'을 발주하면서 'IP-MPLS'를 명시, 반발을 초래했다. 해당 사업은 전송망이 아닌 복합통신망 사업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게 서울도시철도의 입장이다.
국산장비 업계는 한국방송통신협동조합을 통해 이 사업의 입찰 취소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사안이 입찰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에 따라 IP/MPLS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됐다.
국산장비 업계는 앞으로 MPLS 장비 도입 사업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특정 외산업체에 유리한 발주가 잇따를 것이란 얘기다. IP/MPLS 중심으로 설계된 국가융합망 역시 외산 업체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가융합망은 단순히 국산과 외산 MPLS 간 경쟁 구도 이슈만이 아니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지난 9월 행정안전부 감사관실에 비리 신고가 접수되는 등 기술 외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사업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