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폐쇄형 K-MOOC 빈수레로 전락...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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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 콘텐츠 전문 A사는 기계 분야 영상 콘텐츠를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K-MOOC)에 올릴 방법을 찾았지만 대학 정규 과정만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 접었다. e러닝 회사인 B사도 대학에서 배우는 회계 일반이 아닌 실무 과정을 동영상 강좌로 만들고 싶었지만 K-MOOC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해외에서는 기업이 신입사원 입사 전에 필수 코스를 무크에 올려서 미리 교육을 받게 하지만 국내에서는 선정된 대학 위주의 폐쇄 형태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갈 길 먼 K-MOOC

유명 교수 강좌를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출발한 K-MOOC가 제도상의 걸림돌 때문에 내실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방문자 수와 수강 신청은 꾸준히 늘었지만 이수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1만명이 수강하는 인기 강좌는 아직 한 건도 없다.

MOOC는 대규모 인원이 온라인을 통해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공개 강좌를 의미한다.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의 유명 교수 강의를 세계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게 한 MOOC 플랫폼은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대안으로 떠올랐다. 기업은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국내 대학 강의를 개방, 균등한 고등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2015년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대·고려대 등 10개 대학을 선정해 27개 강좌로 출발했다. 정부는 올해 300개, 내년 500개 이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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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크 지원 계획. 출처=교육부

문재인 정부도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성인 평생학습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안의 하나로 K-MOOC 강좌 확대를 언급했다.

K-MOOC의 갈 길은 멀다.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MOOC 최다 수강 신청 강좌는 2015년 11월에 개강한 서울대의 '경제학 들어가기'로, 8637명이 수강 신청해 213명만이 이수했다.

2015년 10월 서비스 개통 이후 올해 4월 말 기준 약 295만명이 K-MOOC 사이트를 방문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수강 신청은 2015년 12월 5만6000건에서 올해 9월 약 31만건으로 급증했다.

이수율은 턱없이 낮다. 노 의원이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265개 과정 30만9255명의 수강 신청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수자는 2만7010명으로 평균 이수율이 8.8%에 그쳤다. 최다 수강 신청 10개 강좌 이수율도 2~9%에 불과하다. 10개 가운데 이수율이 3% 이하인 과목은 7개나 된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대학을 선정하고 K-MOOC 강좌를 늘려 가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장기 유지도 어렵다. K-MOOC 운영 시스템을 서둘러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에만 의존하는 K-MOOC

K-MOOC 활용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대학 교육 과정에만 연계된 제도에 있다. 해외에서는 해당 강좌를 모두 이수할 경우 MOOC 기업이 수료증을 발급해 준다.

국내에서는 숙명여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이 자기 학교 학생 대상으로 학점을 인정해 주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서울대는 그나마 군대 문제로 부득이 휴학할 경우에 한해 학점을 제한, 인정한다. 타 학교 학생은 강의를 들어도 인정받기 어렵다. K-MOOC가 학내 활용 차원에 그치는 것이다.

인도의 한 소년이 MOOC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입학했다는 성공담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이 소년은 에덱스라는 MOOC 사이트에서 MIT '회로이론과 전자공학' 수업을 듣고 9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수업 토론 포럼을 통해 후속 과정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를 눈여겨본 에덱스 대표가 추천서를 써 줬고, 소년은 MIT에 입학했다. 국내에서는 이수해도 활용도가 떨어지니 이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학이 제공하던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바꾼 것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정부는 수강자가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수업을 듣도록 모바일 플랫폼도 열었지만 구성은 모바일 환경에 맞지 않다. 모바일에서는 20분 내의 짧고 주목도 높은 강의가 적합한 데 오프라인 수업처럼 긴 시간의 동영상으로 구성된 수업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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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 앱. 제공=교육부

온라인 강좌에 노하우가 수십년 되는 사이버 대학은 오히려 MOOC에서 배제됐다. 정은주 경희사이버대학 총학생회장은 “사이버대학 콘텐츠에는 출퇴근길에 수업을 듣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몰입도 높은 강좌가 많은데 이런 강좌가 채택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계획과도 배치된다. 대학 정규 과정에만 해당되는 현행 제도로는 평생학습의 일환으로 활용되기 힘들다. 대학이 만든 강의가 아니면 K-MOOC에 들어갈 수 없는데 대학은 실무형 직업 교육 과정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강의 수가 수백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는 MOOC 선도 대학 및 분야 지정 강좌에 3년 동안의 개발비(강좌당 5000만원)와 운영비(강좌당 약 1200만원)를 총액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K-MOOC 강좌 확대를 위해 예산을 늘리고 있다. K-MOOC 사업 예산은 올해 69억원에서 내년도에 78억원으로 증가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다양한 강의를 끌어들인 미국 코세라는 2012년에 설립됐지만 2000개가 넘는 강좌를 운영한다.

◇정부-민간이 상생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K-MOOC가 내실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대학 틀을 벗어나야 한다. 평생교육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위한 전문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개발할 기업과 협력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정부 지원을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서비스가 이뤄진다. 이수증과 같은 수익 모델을 만들거나 유료 강좌를 도입해 대학이나 기업이 자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재환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사이버대학, 이러닝 전문 기업, 일반 대학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협업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첨단 플랫폼 제공 역할에 한정시키고 대학과 민간이 플랫폼 참여자로 분야별 킬러 강좌를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일현 이화여대 교수는 “지금처럼 콘텐츠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초기에는 필요했을지 몰라도 연속성을 갖기 어렵고, 효과도 떨어진다”면서 “정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동원, 1만명이 넘는 강좌를 양산하는 플랫폼 조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다 신청 K-MOOC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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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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