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기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품질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1년 소니의 세계 최초 리튬이온 배터리 상용화 이후 배터리가 과열되거나 발화 사고를 일으켜서 리콜 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아이폰8 플러스'처럼 배터리가 부푸는 스웰링 현상으로 말미암아 대규모 무상 교체가 진행되기도 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 위험성이 상존하는 본성 때문에 품질 결함으로 인해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리콜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품질 문제는 배터리 제조사에도 큰 타격을 준다.
2000년대 초반에는 주로 노트북 배터리 발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2006년 도시바, 델, 레노버, 애플 등에 공급한 소니 노트북 배터리가 과열돼 화재로 이어지는 등 사고가 대표 사례다. 이 때문에 해당 기간에 생산된 배터리 960만대를 리콜했다. 당시 배터리 업계 1위이던 소니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삼성SDI, LG화학, 파나소닉 등에 밀렸다. 결국 지난해 배터리 사업을 무라타에 매각했다.
LG화학은 2004년과 2005년 애플 컴퓨터에 납품한 배터리에서 과열 현상이 보고돼 각각 2만8000대, 12만8000대 배터리를 자발 리콜했다. 이 사건 이후 당시 LG화학 경영진이 배터리 사업 존속 여부를 고민할 정도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되면서 스마트폰 배터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발생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전량 리콜과 단종 사태는 업계 초유 사건으로 기억된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이후 내놓는 제품의 배터리 밀도를 줄이고 관련 품질 검사를 대폭 강화하는 등 변화의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에도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 일부 시리즈 배터리가 부푸는 스웰링 현상이 발생하면서 사후관리(AS)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배터리 무상 교체를 실시했다. 출시 초기 문제가 된 아이폰8 플러스와 달리 당시 갤럭시S3는 출시 시점으로부터 약 1년 지난 제품이었다. 문제가 된 배터리 셀은 일본 히타치가 생산했으며, 제조 과정에서 공기 중의 습기가 유입되면서 스웰링 현상을 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의 경우 지난 2012년 9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팔린 아이폰5 배터리 급방전 문제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리콜을 진행한 전력이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