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금융감독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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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문화를 근절하자는 여론이 팽배하다.

금융권에도 최고의 옥상옥 조직이 있다. 바로 금융감독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정부부처는 아니다. 소위 반민반관(半民半官)으로 불리는 무자본특수법인이다.

금융회사 직접 감독, 검사, 제재 권한을 보유한 금감원은 무소불휘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금융회사가 매년 감독 분담금을 내고, 그 예산으로 조직이 돌아간다.

금융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공익적 임무를 부여받은 금감원 민낯은 그야말로 부패 온상으로 부상했다.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금감원 불법 채용 실태는 놀랍다.

유력인사 인사 청탁을 받고 특혜 채용하는 전형적인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 수석부원장까지 연루된 이번 사고는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2014년에도 전직 국회의원 아들인 변호사 특혜 채용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번에는 금감원이 지난해 신입 정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특정인 청탁을 받고 필기시험에서 탈락한 지원자를 불법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필기전형에서 탈락할 상황에 놓인 인물을 지인의 청탁으로 채용인원까지 늘려 합격시켰다.

감사원은 당시 부원장보였던 김수일 부원장이 채용인원을 늘릴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이를 허용했고, 서태종 수석부원장이 이를 그대로 결재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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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금감원 안팎에선 금감원 출신 금융지주 회장이 청탁자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시장을 감시감독해야할 기관이 온갖 부정비리에 휘둘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금융사 이야기를 종합하면, 약관개정이나 주요 금융업무를 추진할때 '불통' 조직으로 금감원을 꼽았다.

팀장이나 담당 직원의 고압적 태도로 임원들이 수시로 불려간다. 비조치의견 등 규제 완화에 대한 업무는 수개월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인 상황이 한두건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금감원은 감독 당국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통제장치는 전무하다. 이대로는 금융시장 감시자로 제 역할을 하기 힘들어 보인다. 아예 금감원을 금융위원회에 통폐합하거나 막강한 관리감독 기능을 다른 부처로 이관하는 방안까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가 감독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시장에서 좋은 화폐와 나쁜 화폐를 몰아낸다는 의미다. 16세기 영국의 재정관 그레샴이 엘리자베스 여왕에서 썼던 편지 첫 머리를 장식했던 문장이다. 현재는 동종의 정책이나 상품 중에서 더 나쁜 것이 더 좋은 것을 압도하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사용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현재 금감원은 나쁜 화폐에 가깝다. 감독기관은 그 대상보다 몇 배는 더 깨끗해야 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타기 위해 더 능동적이고 빨라야 한다.

많은 부문에서 구태를 털어내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동시에 관장하는 금융위원회 체제를 바꿔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자는 대선 공약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 공약도 금융의 감독관리기능을 수행하는 금감원 개혁 없이는 이행하기 힘들어 보인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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